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무색해진 ‘10·15’… 서울 집값 상승폭 5년새 최대

중앙일보 백민정
원문보기

무색해진 ‘10·15’… 서울 집값 상승폭 5년새 최대

서울흐림 / -0.6 °


부동산 대책 그 후 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전셋값도 한 달 새 2% 넘게 오르는 등 매매와 전세시장이 함께 불안해지고 있다.

23일 KB부동산이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올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9월(2.00%)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달(1.46%)보다 상승 폭이 0.26%포인트 커졌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지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 등으로 10·15 부동산 대책 후에도 소수 매물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상승 폭이 단기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동작구(3.94%)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성동(3.85%)·광진(3.73%)·마포(3.41%)·송파(2.74%)·중(2.70%)·강동(2.35%) 등 한강벨트 권역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컸다. 경기도는 성남시 분당(3.81%)·수정구(2.91%), 광명(2.36%)·하남(2.18%)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11월10일 기준이라, 향후 집값 향방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07.8로 전월 대비 16.6포인트 하락했다. 여전히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100 이상)하지만, 기대심리는 한풀 꺾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민의 전세 불안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서울에선 강서구·은평구·노원구·강동구 등 중저가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서다. 부동산 중개·분석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토대로 10·15 대책 시행 전후 각 한 달간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새로 규제지역으로 추가된 서울 21개 구의 평균 전세가격은 대책 시행 전보다 2.8% 상승했다. 이전부터 규제지역·토허구역이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2.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규제지역·토허구역이 된 경기도 12개 시·구의 평균 전세가격도 대책 전보다 2.0% 올랐다. 이번 조사는 동일 단지·면적에서 전세 거래가 발생한 아파트(1층 이하는 제외)를 대상으로 한 집계로, 대책 후 한 달간 전세시장의 흐름을 참고해 볼 수 있다.

대책 후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은 종로(14%)·금천(9.4%)·양천(7.0%)·강동(4.1%)·중(4.0%)·강서구(3.6%) 등이었다. 대책 후 전세가격 신고가 거래가 많이 나온 곳도 노원(45건)·강서(38건)·강동(36건)·은평(20건)·영등포구(19건) 등으로 중저가 지역이 많았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저가 지역일수록 대출 규제 타격이 크기 때문에 매매보다 전세 수요가 늘어난다”며 “토허제가 새로 적용되면서 전세 매물도 줄어들어 내년에도 전세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산층 실수요자도 전세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학군지·역세권·대단지일수록 전세가격 오름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전세값은 최근 11억50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새 1억2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78㎡도 이전 최고가보다 1억5000만원 오른 17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다만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을 후행하는 만큼 안정을 찾을 거란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3중 규제로 강남권을 제외하면 집값이 크게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 이후 불안 심리로 전셋값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상승 흐름이 지속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