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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원 넘보는 환율에 서울 집값 또 오름폭 확대…기준금리 4연속 동결 힘실려 [머니뭐니]

헤럴드경제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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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원 넘보는 환율에 서울 집값 또 오름폭 확대…기준금리 4연속 동결 힘실려 [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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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6영업일 절반이 하루 10원 이상 등락
서울 집값 10·15대책 한달만 증가폭↑
한은 총재 ‘매파적’ 발언도 동결론 무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할 듯
지난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4월 9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지난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4월 9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점인 1480원대를 넘볼 정도로 오른 데다 서울 집값 흐름도 좀처럼 안정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요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2.50%인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이달에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동결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7월과 8월, 10월에 이은 4연속 동결이 유력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환율이다.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1475.6원으로 지난 4월 9일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장 마감 직전에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장중 1476.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린 여파다.

이달 들어 환율은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월초 1420원대에서 움직였던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 7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50원을 뚫었고 이후 146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지난 14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1450원대를 회복했으나 이내 다시금 오름폭을 확대해 148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변동성도 상당해 14영업일 동안 하루 평균 11.2원의 등락폭을 보였다. 정부의 시장 개입성 발언이 있었던 14일을 제외하더라도 6영업일 동안 하루 10원 이상 오르락내리락 했다. 이틀 중 하루꼴이다.


이러한 환율 상승 압력과 변동성은 한은의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내리게 되면 원화 가치가 보다 떨어지면서 환율의 오름세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낮추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며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9월과 10월 기준금리를 2연속 인하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0%포인트까지 줄었지만 외국인 자본 유출의 우려는 남아 있다.

여전히 불안한 서울 집값 흐름과 가계대출 역시 한은의 금리 동결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시작으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10·15 대책 발표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한 달 만인 11월 셋째 주 오름폭은 다시금 확대됐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10월 반등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이 크게 늘었고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폭이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서도 열흘 만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신용대출은 1조원 이상 늘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헤럴드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헤럴드DB]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공식 입장은 ‘통화완화 사이클 유지’라면서도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까지 우리가 보게 될 새로운 데이터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발표 예정인 수정 경제전망과 관련해선 “(전망치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의 ‘방향 전환’ 언급과 성장률 상향 시사를 두고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론이 확산했고 일부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시장이 11월 금리 동결에 확신을 보이면서 관심은 한은이 같은 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높일지에 쏠린다.

앞서 지난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로도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은 1.8%를 제시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제시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9%와 1.6%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통화정책 경로가 그간 집중됐던 성장의 하방 위험 완화보다 금융안정 측 요인이 더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고환율 고착화 우려와 부동산 경기 불안정성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과 함께 기존보다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