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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비번 22자리 뚫은 경찰…100만화소 영상으로 '산불 실화범'도 잡아

머니투데이 박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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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심갑용 경감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9만건(2023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심갑용 경감(47) 모습. /사진제공=충북경찰청.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심갑용 경감(47) 모습. /사진제공=충북경찰청.



2023년 4월 충북경찰청은 옥천군청 산림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으로부터 과학수사 지원을 요청받았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을 조사하던 중 발견한 실화 흔적을 분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수도권과 충청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옥천군에서는 축구장 119개 크기에 해당하는 85ha(헥타르, 85만㎡)가 불에 탔다.

충북청 과학수사계에서 근무하던 심갑용 경감(47)은 발화 지점 인근에서 특사경이 확보한 차량의 블랙박스 분석 및 복원에 나섰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만 100만 화소의 저해상도 영상이기에 이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심 경감은 일주일 만에 피의자 차량번호와 흡연 장면을 확보했다. 주요 영상 프레임의 노이즈를 일일이 개선하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는 "영상 확대 시 피사체 가장자리 주위에 진동성 무늬가 보이는 현상 등으로 인해 분석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 경감이 작성한 영상분석결과서는 피의자 자백을 끌어낸 결정적 증거였다.


'국내 1호' 영상분석 전문수사관, 타국에 분석기법 전수

2022년 베트남에서 ODA사업 영상분석 전문가로 파견된 심 경감 모습. /사진제공=충북경찰청.

2022년 베트남에서 ODA사업 영상분석 전문가로 파견된 심 경감 모습. /사진제공=충북경찰청.



심 경감은 국내 1호 영상분석 전문수사관이다. 2022년 해당 분야 신설 직후 전문수사관 인증을 받았고, 현재 영상분석 전문수사관으로 활동하는 경찰관은 심 경감이 유일하다. 경력 26년 중 16년을 과학수사관으로 일했다.


심 경감은 올해 경찰 과학수사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2년간 쌓은 영상 감정 실적은 202건에 달한다. 지난해 초에는 마약 총책의 아이폰 비밀번호 22자리 판독에 성공했다. 충북청은 심 경감이 해제한 아이폰을 바탕으로 조직원과 투약자 등 40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2년 야간 칼부림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흉기를 든 모습을 입증했다. 당시 범행에 이용된 흉기가 사라져 수사에 난항을 겪던 상황이었다.

그는 2013년부터 법무연수원 등 다른 기관과 경찰 수사관을 대상으로 50회 넘게 영상 분석 강의를 실시했다. 과학수사 기본서와 법영상분석 표준업무처리지침 등 교안과 매뉴얼도 집필했다. 다른 나라에 영상분석 기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2019년 온두라스, 2022년과 2023년 베트남에 파견돼 해당 국가의 치안 역량 강화에 기여했다.


'전문성 갈증'에 해외 논문 읽고, 대학 진학

심갑용 경감. /사진제공=충북경찰청.

심갑용 경감. /사진제공=충북경찰청.



DSLR 카메라로 촬영을 즐겼던 그는 월간지 '수사연구지'를 통해 과학수사 사례를 익히며 사진과 영상 자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003년 과학수사 업무를 시작한 그는 경찰 내 다양한 전문교육을 받으면서도 전문성에 갈증을 느꼈다. 휴무 시간을 쪼개 해외 전문가들의 논문을 찾아 읽고 충남대 과학수사과에 진학해 2022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심 경감은 '진실은 과학으로 증명된다'는 믿음을 중요하게 여긴다. 과학수사 최전선에서 한 점의 의문도 남기지 않는 투명한 수사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그는 "올해 8월 학문적 연구와 역량 강화를 위해 영상분석 연구회를 창립했다"며 "향후 정밀하고 객관적인 법영상분석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과학수사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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