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간 방광암 신규 발생자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장중 1470원선을 웃돌았다. 일본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예고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1400원 중반대의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 수급 요인,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 심리적 요인,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국내 펀더멘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원 오른 1467.9원을 기록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장중 한때는 1470원선도 돌파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이미 1400원 중반대를 '뉴노멀'로 굳히는 분위기다. 지난달 13일과 이달 14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이어졌지만 시장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당국의 안정 의지가 확인됐음에도, 시장은 구조적 원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화 약세 흐름은 뚜렷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90.14로, 기준점 100을 밑돈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 통화가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낸 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0보다 낮다는 건 현재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있다는 의미다.
이날 환율 상승에는 일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엔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100선을 웃돌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조엔이 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며 재정 우려가 커졌고 엔/달러 환율은 157엔까지 올라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인하가 불투명해진 점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 수준의 '슈퍼 엔저'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여파로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순 있지만 슈퍼 엔저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시점은 지연되겠지만 이전과 같은 유동성 확대 정책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있더라도 환율 수준을 하향 안정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당분간 1450원 내외의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경제성장률 등 한국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을 환율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등 주력 산업 경쟁력이 낮아지고 고용이 줄어드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환율 수준이 하향 안정화되기 쉽지 않다"며 "시장이 보는 적정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외환당국이 실개입을 하더라도 외환보유액만 줄어들 뿐 환율이 내려가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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