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대거 유죄 판단
“쟁점 법안 당부 떠나 국민 기대와 신뢰 훼손해”
“쟁점 법안 당부 떠나 국민 기대와 신뢰 훼손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이 2020년 1월 기소된 지 5년 10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이날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벌금 총 2400만원을, 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에게 벌금 총 19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송언석 의원에게는 벌금 총 1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 의사결정 방식을 그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분쟁의 발단이 된 쟁점 법안의 당부를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한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패스트트랙 충돌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도, 저항권 행사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당시 쟁점 법안과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는 비교적 중하지 않고,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의 총선과 지선 등을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나 의원 등은 이날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의원직이나 지자체장 직을 유지하게 됐다.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 국회법 위반 사건의 경우에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현직 선출직 공무원인 국민의힘 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 의원도 각각 벌금 850만원·1150만원·750만원·550만원을,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각각 벌금 750만원·15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직을 유지하게 됐다.
나 의원 등은 2019년 4월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6시간 동안 감금하거나 의안과 사무실,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법안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대립하다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앞서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을, 황 전 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송 의원에겐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이만희·김정재 의원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윤한홍 의원에게는 징역 6개월 및 벌금 300만원을, 이철규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의견을 밝혔다. 이 밖에도 원외인사들에게는 징역 10개월(민경욱·이은재 전 의원 등)부터 벌금 300만원(김성태 전 의원 등) 등이 구형됐다. 고(故) 장제원 전 의원에게는 지난 4월 사망을 이유로 공소가 기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