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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돌봄 비정규직 릴레이 파업 돌입… "공무원 아니라고 최저임금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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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돌봄 비정규직 릴레이 파업 돌입… "공무원 아니라고 최저임금도 못 받아"

속보
교육부 "수능 출제 및 검토 전 과정 조사 시행"
임금 인상률, 명절 휴가비 등 격차 벌어져
방학 중 무임금 탓, 경제적 어려움도 심화
연대회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요구
교육당국, 샌드위치 대체 급식에 단축수업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인상, 방학 중 무임금 해소, 근속 임금 차별 해소,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비연대는 기본급 인상, 방학 중 무임금 해소, 근속 임금 차별 해소,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학교에서 급식·돌봄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교육 공무직) 노동자들이 20일부터 권역별 릴레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란 이유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을 받는 교육 공무직 임금 체계는 물론, 명절 휴가비 등 복리후생으로도 차별을 받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이날 서울·인천·강원·세종·충북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1일에는 광주·전남·전북·제주 지역이 파업에 돌입하고, 내달 4일에는 경기·대전·충남이, 5일에는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지역이 각각 파업을 진행한다.

이들이 파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구조가 꼽힌다. 교육 공무직 2025년 보수표에 따르면, 급식·돌봄이 해당되는 2유형(단순 노무) 기본급은 월 206만6,0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209만6,270원보다 3만270원 미달된다.

정규직과의 임금 인상 수준 격차도 크다. 예컨대 공무원(9급 1호봉 기준) 임금 인상 총액은 올해 197만5,277원(6.5% 인상)이지만 교육 공무직(2유형 1년 차 기준)은 111만 원(3.9% 인상)에 그쳤다. 특히 저연차 공무원 이탈을 막기 위해 9급 1호봉 임금 인상률은 4년 전 0.9%에서 올해 6.6%까지 개선된 것과 달리, 공무직은 3년째 3%대를 유지 중이다.

각종 상여금도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공무원(9급 10호봉 기준)은 명절 휴가비로 연 294만 원(기본급의 60% 수준으로 연 2회)이, 상여금으로 264만 원가량을 받는다. 반면 교육 공무직은 명절 휴가비와 상여금이 각각 연 185만 원, 100만 원으로 고정돼 있다. 또 정근수당도 공무원 등 정규직만 받을 수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이들은 방학 기간 중 근로 의무가 없어 무임금이 지속되는 구조도 비정규직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했다. 연대회의 측은 "약 10만 명이 방학 중 소득이 단절되는 상태"라며 "이는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 책임으로 근로자가 일하지 못할 경우 평균 임금의 70% 이상을 보전해야 한다.


연대회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 체계 개편 △임금 인상률 개선, 정근수당 지급을 통한 임금 격차 해소 △상여금 등 복리후생 차별 해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 및 17개 시·도 교육청과 총 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용자 측이 핵심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전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20일 인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구운 달걀, 주스, 햄치즈샌드위치 등 대체 급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20일 인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구운 달걀, 주스, 햄치즈샌드위치 등 대체 급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 당국은 학교 운영 혼선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했다. 급식은 학교별로 식단을 탄력 조정하거나 대체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지역은 전체 1,389개 학교 중 173곳(12.46%)이 급식이 중단돼 대체식 제공 및 학사 일정 조정을 했다. 충북은 급식을 시행하는 508개 학교 중 절반가량인 237곳이 빵과 우유,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체했다.

돌봄 교실도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특수학교는 학교 상황에 맞춘 자체 대책을 마련하거나 단축수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