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호안 미로 개인전 '조각의 언어'…청동 작품 13점 선보여
자연물·잡동사니 결합한 조형 언어…한옥 공간 연출로 '미로의 미로' 조성
자연물·잡동사니 결합한 조형 언어…한옥 공간 연출로 '미로의 미로' 조성
호안 미로 개인전 '조각의 언어' 전시 전경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호안 미로(1893∼1983)는 생전에 "나는 정말로 환상적이며 살아 있는 괴상한 것들의 세계를 조각 속에서 창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미로의 조각은 기존에 없던 형상을 만들어내는 초현실주의적 아상블라주(assemblage·조합 미술)에 기반한다.
미로의 개인전 '조각의 언어'가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오는 21일부터 열린다. 전시는 미로가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세 곳의 작업실에서 주조한 청동 조각 13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미로의 손자이자 호안 미로 재단 대표인 호안 푸넷 미로는 할아버지를 "꿈의 세계에 형태를 부여하며 자유로움과 직관을 작품에 담아낸 혁신적 개척자"라며 "그는 아상블라주 조각을 매우 독창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호안 미로 1982년 작 '여인과 새' |
이번에 출품된 작품 대부분은 미로의 말년기인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에 제작된 것이다. 미로는 1965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동 조각 작업을 시작해 175점을 남겼는데, 이 시기는 이미 그가 70세를 넘긴 나이였다. 그의 조형 세계가 응축된 시기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전시 대표작은 높이 3m30㎝에 달하는 1982년 작 '여인과 새'(Femme et oiseau)다.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공원에 설치된 22m 규모의 대형 조각 '여인과 새'에 앞서 제작된 작품이다. 구석기 시대 여신상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여성상 위에 새가 놓인 형태다. 미로 작품에서 새는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다.
호안 미로 1977년 작 '체조 선수' |
미로의 조각은 산이나 해변에서 주운 바위, 대나무, 조개껍데기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와 잡동사니들을 결합해 만들어진다.
옷걸이·대나무·플라스틱 파편을 조합해 생동감 넘치는 체조 선수의 형태를 만들거나, 야자나무 그루터기 위에 놓인 합성 고무와 비틀린 병 조각 사이로 포옹하는 한 쌍의 형상을 표현하는 식이다.
푸넷 미로는 "할아버지의 작업실에는 조개껍데기, 바위, 나뭇가지, 돌, 뿌리, 모자 등으로 이뤄진 큰 원이 있었다"며 "그는 자연의 모든 요소를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존재로 보았고, 그 영적인 변형 과정과 상호 작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호안 미로 개인전 '조각의 언어' 전시 전경 |
유명 실내 디자이너 양태오 작가가 전시에 참여해 한옥의 차경(借景) 개념을 반영한 공간 구성을 더했다. 작품 주위에 한지 구조물을 세워 마치 한옥 내부에 조각이 놓인 듯한 공간을 만들고, 구조물 사이로 작품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연출해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는 한옥의 시각 경험을 옮겼다.
양 작가는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미로의 작업실을 봤는데, 여백을 중심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구조가 조선 시대 문인의 사랑방을 떠올리게 했다"며 "한지 구조물은 여백을 통한 사유의 공간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 구성은 미로가 프랑스 남부 생폴 드 방스의 매그 재단 미술관 정원에 조성한 미로(迷路) 공간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조형물을 미로처럼 숨기듯 배치해 관람객이 작품을 스스로 찾아다니며 경험하도록 했다.
이지현 타데우스 로팍 매니저는 "이번 전시의 연출은 '미로의 미로'와 연결되는 개념"이라며 "미로의 작업 세계를 조금이라도 확장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7일까지.
작품 설명하는 호안 푸넷 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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