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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밖에서 ‘첫 시즌’ 보낸 추신수 “선수들에게 가장 보고 싶은건 간절함”

동아일보 인천=임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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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밖에서 ‘첫 시즌’ 보낸 추신수 “선수들에게 가장 보고 싶은건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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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MLB 명예의전당 후보

“은퇴후 1년은 쉬려고 했는데…” 육성총괄에 여자야구단 감독까지

“마이너리그 시절이 가장 큰 자산”

“여자 선수들 모두 진심으로 운동해… 방송 보고 많은분들이 ‘에너지’ 얻길”

추신수 프로야구 SSG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43)은 한국 야구 선수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6시즌을 보내며 숱한 아시아 최초 기록을 쓴 그는 18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2026년 MLB 명예의 전당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역시 한국 야구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추신수는 올해 야구장 ‘밖’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최고의 무대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그에게 퓨처스(2군) 선수들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진 않았을까. 최근 인천에서 만난 추신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마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나보다 많이 아웃당해 본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장된 말은 아니다. 프로가 된 이후 미국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한국프로야구를 합쳐 그는 24시즌 동안 모두 1만2145번 타석에 들어섰다. 그중 안타를 친 건 2874번, 4사구로 출루한 건 1502번이다. 실패한 타석이 7769번으로 훨씬 많다. 그중 2526번은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실패가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 방망이를 돌리고 또 돌렸다. 아웃이 늘어날수록 성공을 향한 갈망은 더 커졌다.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서 출발한 그는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결국 빅리거가 됐다.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910억 원)의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고,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그가 어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절실함이다. 추신수는 “내가 선수였을 때처럼 지금 선수들을 훈련시킨다면 다들 도망갔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에게 정말 보고 싶은 건 하고자 하는 ‘의지’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우리 선수들이 좀 더 절실함과 간절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기본기다. 육성총괄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2군 선수들이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들게 한 것이었다. 추신수는 “당장 경기를 뛰고 싶은데 체력 훈련을 위주로 했으니 선수들이 답답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명품을 만들고 싶지 짝퉁을 만들고 싶지 않다. 조금 늦더라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30년 넘는 야구 선수 생활을 마친 그는 지난해 은퇴 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려 했다. 아내 하원미 씨도 “(미국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한테 더 신경 쓰라”고 했다.

하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그리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구단으로부터 육성총괄 제의를 받은 그는 고심 끝에 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추신수는 “우리 구단이 2028년부터 청라돔 시대를 연다. 청라돔으로 갔을 때 조금이나마 더 단단한 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시즌은 지난달 끝났지만 추신수의 야구는 겨울에도 이어진다. 추신수는 25일 첫 방송을 앞둔 채널A 야구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의 감독을 맡았다. 추신수는 “우리나라에 여자 야구팀이 49개나 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며 “저희 ‘블랙퀸즈’가 50번째 팀이다. 방송을 보시고 더 많은 분들이 ‘누구나 야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에너지를 얻어 가셨으면 한다”고 했다.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은 8월부터 휴식일을 반납하고 여자야구 팀 ‘블랙퀸즈’의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추신수는 “선수가 성장하는 걸 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 블랙퀸즈 선수들도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우리 선수 중에 국가대표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추신수(왼쪽)가 육상선수 출신 김민지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채널A 제공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은 8월부터 휴식일을 반납하고 여자야구 팀 ‘블랙퀸즈’의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추신수는 “선수가 성장하는 걸 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 블랙퀸즈 선수들도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우리 선수 중에 국가대표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추신수(왼쪽)가 육상선수 출신 김민지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 채널A 제공


시즌 중 유망주들을 찾기 위해 고교야구 대회 현장을 누볐던 추신수는 8월부터는 블랙퀸즈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했다. ‘부산 사나이’인 추신수에게 여자 선수 지도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추신수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 말할 때도 머릿속에서 최소 두 번은 거르고 한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울기도 하는 등 남자 선수들보다 어렵다”며 웃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추신수에게는 이것도 또 하나의 경험이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시절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피부색, 언어가 다른 선수들과 어울렸던 그 시간이 다른 이들과 융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다는 걸 많이 배웠다”고 했다.

‘여성 야구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내건 추신수는 “‘어차피 예능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모든 선수들이 진심으로 운동하고 있다. 언젠가 출연자 중 한국 여자 국가대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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