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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누나가 마르코스 대통령 마약 의혹···‘가문의 균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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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누나가 마르코스 대통령 마약 의혹···‘가문의 균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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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오른쪽)의 누나인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왼쪽)이 동생이 오랜 기간 마약을 사용해왔으며 그로 인해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8년 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오른쪽)의 누나인 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왼쪽)이 동생이 오랜 기간 마약을 사용해왔으며 그로 인해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8년 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사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누나인 아이미 마르코스 상원의원이 동생이 오랜 기간 마약을 사용해왔으며 그로 인해 잘못된 정치적 판단을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둘러싼 마약 의혹 제기는 처음이 아니지만, 가족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필리핀 정치 명문가인 마르코스 가문의 균열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아이미 의원은 전날 한 종교단체 행사에 참석해 “동생의 마약 사용을 알려야 한다는 양심과 의무감에 따른 압박을 받아왔다”며 “가족들은 봉봉(마르코스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마약을 사용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미 의원은 “2022년 대선 이후 동생과의 관계가 더 멀어졌다”며 “코카인 등 불법 마약 사용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마약 사용이 “만연한 정부 부패와 잘못된 결정을 초래했다”고 했다.

그는 또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부인 리사와 대통령의 장남인 산드로 마르코스 하원의원 역시 마약 중독 상태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통령 부부가 줄기세포 치료나 수혈로 위장해 하루에 걸쳐 마약을 나눠 복용하는 이른바 ‘마이크로도징’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마약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은 그를 향해 “마약 중독자”라 불렀다. 또 지난해 온라인에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코카인을 흡입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졌는데, 당시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경찰은 영상 속 인물이 대통령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약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아이미 의원을 “관계가 소원해진 누나”라고 지칭하며 제기된 의혹을 “근거 없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선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클레어 카스트로 대통령실 공보 담당 차관은 이번 폭로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꾸준히 불거져왔다. 아이미 의원은 지난 3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이끄는 연합에서 탈퇴했고, 이어진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의 정적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지원을 받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자신이 두테르테 가문과의 연합을 성사시키며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했지만 이후 정치적으로 배제됐다고 주장해왔다.

한때 두 사람 간 중재를 시도했던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은 이번 폭로를 “필리핀답지 않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수많은 군중 앞에서 친형제를 망가뜨리냐”며 “정치적 동기 외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가문 내부에서 나온 이번 폭로로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프랑코 필리핀대 정치학 교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두테르테 계열 등 경쟁 파벌이 벌이고 있는 국정 불안정화 움직임에 새로운 변수”라며 “아이미 의원이 사안을 가족적 문제로 돌리고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까지 의문을 제기한 만큼 혈연 중심 정치문화가 강한 필리핀에서 여론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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