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는 19일 오후 보이스피싱 예방·대응 역량 강화 교육이 이뤄졌다./사진=민수정 기자. |
"혼자서 한 달에 100건 정도 신고를 받습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경찰관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대응 역량 강화 교육이 열렸다. 서울청 소속 상황팀장·기동순찰대·경찰서 범죄예방계장 등 경찰관 9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교육을 받은 뒤 지역 경찰관 등을 대상으로 동료 강사로 활동한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경찰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A 경감은 주간 근무 때 보이스피싱 피해 및 의심 신고가 쏟아진다고 했다. 기순대 B 경장은 "현장에서 인출 정황이 보이거나 앱이 깔려 있는 등 피해 상황이 명백하게 보이면 사건 접수를 도와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을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피해자) 주변인에게 전화해서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원을 넘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경향이 단순히 피해자를 속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범죄 조직이 전문화·대형화되면서 최신 기술을 사용하거나 심리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이용한다. 완전히 심리적 통제를 받는 피해자가 결국 자신을 숙박업소에 가두는 '셀프 감금' 사례도 발생한다.
올해 초 한 시도청에서는 교수였던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총 14회에 걸쳐 5억8800만원을 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10여회 출동했지만 보이스피싱 조직과 소통하던 휴대폰 외 다른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범죄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 피해자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피싱 범죄를 의심하던 경찰에게 되레 항변하기도 했다.
동료 강사로 나선 정현구 대구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경감은 기존 매뉴얼대로 보이스피싱 의심 현장에 대응하기 보다 피해자가 이미 심리적 조작을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민수정 기자. |
이날 교육 강사로 나선 정현구 대구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경감은 보이스피싱 시나리오 분석 결과 위조 신분증 및 구속영장 등을 제시하며 공포심부터 조장한다고 했다. 피해자를 제3자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장소에서 전화를 받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또 휴대폰에 원격제어 악성 앱을 설치시켜 피해자를 통제한다. 피해자가 통화내역을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는 등 돌발 행동을 하면 영장 집행을 하겠다며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협박과 회유를 반복하며 궁극적으로는 돈을 뜯어낸다.
정 경감은 기존 매뉴얼대로 대응하기보다 피해자가 이미 심리적 지배를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인간 심리를 조작하는 기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지배당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증거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으면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을 위해 보이스피싱 체크리스트를 각 경찰서에 배포했다. 보이스피싱 예방 수범사례에 관해서는 포상하거나 내년부터 특진에 반영하는 등 현장 경찰 대응력도 고취할 계획이다. 이날 교육에는 강상길 서울청 범죄예방대응 부장과 김재영 경찰청 범죄예방기획계장도 참석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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