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 위령탑. 오윤주 기자 |
충북 영동군이 노근리 평화공원 관리를 직영으로 전환하려 하자, 공원 조성 이후 13년 동안 줄곧 위탁 관리해온 사단법인 노근리 국제평화재단(노근리 평화재단)과 노근리사건 유족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갈등이 심해지자 행정안전부가 공원 관리·운영을 기존대로 노근리 평화재단에 위탁하라고 영동군에 권고했다.
노근리 평화재단은 19일 ”노근리 평화재단은 노근리 평화공원 관리·운영을 위해 설립돼 공원 조성 초기부터 사실상 외롭게 안정적으로 공원을 관리·성장시켜왔는데 영동군이 일방적으로 대책도 없이 직영 전환을 추진한다. 제주 4·3공원 등 전국의 유사한 공원이 재단·기념사업회 등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노근리 사건 현장인 경부선 철로 쌍굴다리. 정부는 2011년 이 주변에 노근리 평화공원을 조성했다. 오윤주 기자 |
앞서 정부는 지난 2011년 191억원을 들여 노근리 사건 현장과 주변 13만2240㎡에 평화기념관·위령탑·생태공원 등을 갖춘 평화공원을 조성했다. 노근리 평화재단은 지난 2012년 4월1일~2014년 1월31일까지 1차 공원 관리·운영 위탁자로 선정된 뒤 2~3년 단위로 ‘기간 갱신 재계약’, ‘재위탁’ 형태를 번갈아가며 13년 동안 공원을 위탁 운영했고, 다음 달 31일이 5차 위탁 기한이다. 관례대로라면 2028년 12월31일까지 ‘기간 연장 재계약’해야 하지만 군은 공원 시설은 직영하고, 일부 기념사업을 위탁하는 ‘투 트랙 운영’을 추진한다.
영동군은 영동군의회의 ‘위탁 제동’과 ‘영동군 사무의 민간위탁관리 지침’을 들어 직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영동군의회는 노근리 평화재단의 민간 위탁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김지수 영동군 과거사지원팀 주무관은 “위탁 운영을 하려면 군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의회가 부결한 뒤 시설은 직영, 사업은 위탁 형태로 분리·운영할 것을 권고해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군의 민간위탁 지침에 공유재산이 늘어나면 신규 민간 위탁 사무를 추진하게 돼 있는데, 지난해 다목적 창고, 올해 위패봉안관이 추가돼 새로 위탁 공고·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근리 평화공원 위패 봉안관. 오윤주 기자 |
이에 대해 노근리 평화재단 쪽은 군이 민간 위탁 관리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억지라고 주장한다. 노근리 평화재단은 “위패봉안관·다목적 창고 등은 위탁 사무 내용이 전면적으로 변경된 경우가 아니라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고, 군이 새롭게 위탁하려는 트라우마 치유사업도 본질 변화 없이 동일성을 지닌다. 기존 위탁 사무 내용이 전면적으로 변경된 것이 아니어서 기간 연장 재계약을 이어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노근리 유족회도 군의 직영 전환을 비판한다. 유족회는 “노근리 평화재단과 유족회는 지난 13년 동안 국비 71억7500만원을 확보해 공원 운영을 제 궤도에 올려놨다. 같은 기간 군이 지원한 예산은 연간 1억원 남짓한 14억3500만원으로, 전체 운영비의 16.7%에 불과하다. 다른 공원에 견줘 터무니 없게 적다. 군의 강제 직영 추진에 대해 감사 의뢰, 민·형사상 책임 제기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노근리 평화재단이 밝힌 2025년 과거사 관련 몇몇 공원 운영 예산 자료를 보면, 노근리 평화공원 9억9800만원(국비 8억3200만원, 군비 1억6600만원), 부산민주항쟁공원 25억8900만원(국비 2억1600만원, 시비 23억7300만원), 제주 4·3평화공원 89억8100만원(국비 42억1200만원, 도비 47억6900만원)이다.
행정안전부가 노근리 평화재단에 보낸 공문. 빨간 줄 친 부분을 보면 재단(노근리 평화재단)애 전체 위탁(공원시설관리+기념사업)을 권고했다고 명시돼 있다. 노근리 평화재단 제공 |
행안부도 군의 직영을 경계했다. 행안부는 지난 17일 노근리 평화재단에 “공원 관리 운영을 기존과 같이 재단에 전체 위탁(공원시설관리+기념사업)하도록 군에 권고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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