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맥도널드 연례 행사에 참석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맥도널드 프랜차이즈 행사에서 ‘생활물가(affordability)’를 낮춘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며 “내가 대통령인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물가 정책 홍보 무대로 택한 맥도널드는 아이러니하게도 가격 부담 때문에 최근 저소득층 이용률이 두자릿수나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맥도널드 연례행사에 참석해 높은 물가는 조 바이든 전 정권의 탓이며, 자신이 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꾸 생활물가를 입에 올리는데, 그건 우리의 말이지 그들의 말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엉망진창인 상황을 물려받았지만, 지금은 물가상승률이 거의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재앙이 들이닥쳐 이 나라는 파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도널드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맥도널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좋아하는지 강조했다.
실제 맥도널드는 최근 5달러짜리 특별할인 세트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맥도널드 세트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떠나버린 저소득층 고객을 붙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애널리스트 애덤 조셉슨은 “맥도널드 해피밀 가격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고 LA타임스에 말했다. 미국의 쇠고기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14.7%나 급등했다. 가뭄과 기생충 피해로 미국산 쇠고기 재고가 7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과 관세 때문에 미국으로 향하는 쇠고기 수출마저 감소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행사에서 “월마트 추수감사절 식사 바구니 가격이 ‘사기꾼’ 조 바이든 정권 때보다 25% 하락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자신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월마트가 바구니에 들어가는 품목과 양을 줄여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식료품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2.7% 상승했다.
EPA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시 등 지난 미니 지방선거에서 ‘생활물가’를 앞세운 민주당에 패배하자 쇠고기·커피 등 일부 품목 관세 인하에 나섰지만, 강조하는 메시지 대부분은 자신의 취임 후 경제가 얼마나 강력해졌는지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고문은 이날도 CNBC에 출연해 “올해 구매력이 1200달러나 증가했다”면서 “어떻게든 우리 정부에 물가 탓을 하려는 것은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심지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쇠고기 가격 상승이 “불법 이민자들이 병든 소를 미국에 들여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시도했다가 결국 실패한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려 애를 썼지만 이는 당장 집세조차 내기 어려운 시민들의 반감만 샀고, 결국 ‘생활물가’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20년 이후 소비자물가가 25% 상승한 상황에서 경제가 좋아졌다는 정부의 설명에 미국인이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더라도 여전히 5년 전 가격표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심리적인 부담이 큰 데다, 소득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시장 불안감마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어니 테데스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직 관리로서 고백하자면, 우리는 소비자들이 가격 수준과 물가상승률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렵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파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스트레인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그런 실수를 저질렀고,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람들은 화가 나면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면서 “이전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었고,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현재 물가상승의 원인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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