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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유혈진압 지시’ 하시나 방글라 전 총리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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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유혈진압 지시’ 하시나 방글라 전 총리 사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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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2016년 7월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열린 한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2016년 7월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열린 한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지난해 대학생 반정부 시위로 총리 자리에서 내려와 인도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시위 유혈 진압을 지시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7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로이터 통신,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범죄재판소는 이날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궐석 재판에서 반인도적 범죄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하시나 전 총리의 살해 지시, 유혈 진압 조장, 잔혹 행위 방치 등 “3가지 혐의가 유죄로 판명됐다”면서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역시 도피한 아사두자만 칸 전 내무부 장관도 이날 반인도적 범죄 4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서 사형선고를 받았고, 국가 증인이 되어 유죄를 인정한 초드루리 압둘라 알마문 전 경찰청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발표에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법정에 모인 사람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군중 일부는 지도자에게 내려진 역사상 가장 가혹한 판결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할당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를 무력 진압하도록 지시해 유엔 추산 최대 1400명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유혈 진압에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나 인도로 달아났다. 이후 집단살해 방지 실패, 조장 등 5개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법원에 지난해 7∼8월 하시나 전 총리가 학생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살상용 무력을 사용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하시나 전 총리의 부친의 옛 거주지 밖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며 돌을 던지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하시나 전 총리의 부친의 옛 거주지 밖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며 돌을 던지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번 판결로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하시나 전 총리를 자국으로 송환하라고 인도를 압박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도는 방글라데시와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을 맺고 있음에도 인도에 도피 중인 하시나 전 총리의 인도를 거부해 왔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이 처형되거나 투옥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시엔엔(CNN) 방송은 보도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근거가 없는 이번 기소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이번 판결이 “편향됐고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이어 “내게 내려진 판결은 민주적 권한 없는 비선출 정부가 만들고 주재하는 조작된 재판소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그러나 하시나 전 총리의 아들이 사지브 와제드는 판결 전날 로이터에 하시나 전 총리의 옛 여당 아와미연맹이 참여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상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건국의 아버지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전 대통령의 딸인 하시나 전 총리는 인구 1억7천만명의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의 경제와 대규모 의류 산업을 회복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웃 나라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도망치는 로힝야 무슬림을 보호한 공로로 국제적인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하시나 전 총리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다카 국제범죄재판소는 하시나 전 총리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등을 다루기 위해 2009년 설립한 재판소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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