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네수 갈등 끼려는 中…콜롬비아 대통령 "中포함 안보회의"

SCMP 보도…중국, 페루·브라질 등 남미에서 영향력 확대 주력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자칫 군사적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 조정 목적의 고위급 안보 회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도에 따르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와 그 주변의 카리브해 긴장 해소를 위해 "미국은 물론 콜롬비아,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호주, 그리고 중국이 포함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최근 미국의 존 아퀼리노 전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 제안을 수락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트렌데아라과(TdA) 등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 조직원이 탑승한 마약 운반선을 카리브해에서 폭격한 데 이어 현재 부근 해상에 핵 추진 고속 공격 잠수함정과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연안 전투함을 파견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트럼프 미 행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겨온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조만간 군사작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를 우려해선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러시아·중국·이란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3국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이웃 국가 원수인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고위급 안보회의 개최 요구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페트로 대통령은 미군이 마약밀수 혐의 선박을 공격하고 미군을 배치함으로써 카리브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고위급 안보회의를 통해 군사적 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SCMP는 지난 주말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미국의 제럴드 R. 포드호가 전단을 이끌고 카리브해의 베네수엘라 부근에 도착한 걸 계기로 페트로 대통령의 이런 제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 같은 병력 증강 배치는 국제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베네수엘라와의 긴장만 고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군의 카리브해상 마약 운반 추정 선박에 대한 공격 등과 관련해 지난 8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고위급 안보회의 참석 요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중국이 그동안 베네수엘라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에 비춰볼 때 고위급 안보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턱밑인 브라질·페루 등 남미에서 영향력을 확장해온 중국이 '베네수엘라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중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겨냥해 초고율 관세를 부과한 걸 계기로 브라질과의 '연대'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2022년 27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걸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며 제재를 가하는 건 부당하다며 공동전선 형성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국유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에서 건설한 심수항(Deepwater port·심해 항구)인 창카이항을 근거지로 페루 공략에도 힘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Venezuelan Presidency 제공]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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