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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호 단장 "'트리스탄과 이졸데' 韓 오페라 새 이정표 될 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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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호 단장 "'트리스탄과 이졸데' 韓 오페라 새 이정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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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서울시향 전막 국내 초연
내달 4~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츠베덴 감독 "사탕가게 있는 것처럼 흥분"
"한국 오페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제안을 받았을 때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매우 기쁘고 행복했다."(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은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을 앞둔 벅찬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향이 내달 4~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국내에서 최초로 전막 공연한다. 3막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공연시간만 4시간30분이며 두 차례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한 총 공연시간은 5시40분에 달한다. 이 때문에 평일인 4~5일 공연도 오후 3시에 시작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2012년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향이 연주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주요 아리아를 들려주는데 치중하는 콘서트 오페라 공연이었고 무대 연출이 더해진 전막 오페라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는 "13년 전에는 콘서트 오페라였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시향이 오페라에 도전하는 것은 2005년 재단법인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바그너는 같은 해에 태어난 주세페 베르디(1813~1901)와 함께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된다. 각각 베르디안, 바그네리안으로 통칭하는 애호가 집단도 있을 정도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서울시향 음악감독 공식 취임 후 지난해 2월 첫 정기연주회에서 '발퀴레'를 연주할 정도로 바그너 음악에 애정을 보였다. 그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바그너의 작품을 연주할 생각을 하니 마치 사탕가게에 있는 듯한 흥분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바그너 음악의 매력을 마약에 비유했다.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바그너의 음악은 목을 조르는 것 같은, 음악이 우리를 놔주지 않는듯한 경험을 안겨 준다. 오늘 바그너의 음악을 들으면, 내일은 브람스, 또 그 다음 날은 모차르트 음악을 듣는다는 생각도 할 수 없다. 바그너의 음악에 빠져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바그너를 생각하고, 꿈에서도 바그너를 생각하고, 하루 종일 바그너 음악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최상호 단장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오페라 작품이 갖고 있는 위상과 관련해 "바그너 예술의 정점으로 꼽히는 대작"이라며 "자신의 약혼자를 살해한 이와 사랑에 빠지는 비극적인 서사를 그리며 특히 '트리스탄 화성'이라고 불리는 현대 음악의 시초가 되는 음악이 탄생한 오페라"라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이 작품은 바그너 작품 중에서도 특히 고도의 집중력과 음악적 기술적 역량이 요구되는 대작"이라며 "이번 공연은 한국 공연 예술계가 바그너의 심오한 음악과 철학적 세계에 도전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달 4~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으로 국내 초연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이졸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가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내달 4~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으로 국내 초연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이졸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가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트리스탄 역은 테너 스튜어트 스켈톤과 브라이언 레지스터가, 트리스탄 역은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와 리슈카 바이소바가 맡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스켈톤과 포스터가 참석했다.

스켈톤은 두 번째 방한으로 지난해 2월 서울시향 발퀴레 연주 때 함께했다. 스켈톤은 헬덴 테너(영웅적 테너)로 인정받는 가수다. 헬덴 테너란 거대하고 장중한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고 나올 정도로 엄청난 성량과 강력한 음색을 지닌 바그너 오페라 전문 가수를 뜻한다.

처음으로 방한한 포스터도 바그너 전문 가수로 인정받는다. 그는 독일의 대표 바그너 음악 축제인 바이로이트 축제 무대에 11년 연속 출연했으며 그 중 10년은 바그너의 또 다른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에서 '브륀힐데' 역을 소화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주요 배역을 맡은 성악가들의 체력·정신적 소모가 커 이틀 연속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이를 강조하며 매일 다른 성악가들이 주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만큼 서울시향이 그에 맞춰 유연성 있는 연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 다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연기에 맞춰 연주를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울 수 있지만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성악가들의 음성에 맞춰 연주를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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