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칠레, 내달 결선서 차기 대통령 확정…극우 후보 승리하나

한겨레
원문보기

칠레, 내달 결선서 차기 대통령 확정…극우 후보 승리하나

서울흐림 / 3.6 °
집권 중도좌파 연합인 ‘칠레를 위한 단결’의 지넷 하라 칠레공산당 대선 후보가 16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1위 개표 결과를 확인한 후 손을 가슴에 얹고 감사를 표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집권 중도좌파 연합인 ‘칠레를 위한 단결’의 지넷 하라 칠레공산당 대선 후보가 16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1위 개표 결과를 확인한 후 손을 가슴에 얹고 감사를 표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중남미 ‘핑크 타이드’(좌파 정권 집권) 퇴조를 상징하는 선거가 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던 칠레 대선의 승자가 1차 투표에서는 가려지지 않았다. 칠레공산당 후보와 극우파 후보가 다음달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데, 결선에서는 보수표 결집이 예상돼 극우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칠레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개표율 99.95% 기준 잠정 집계 결과,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칠레공산당 소속 지넷 하라(51) 후보가 26.85%로 1위, 극우파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23.92%로 2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두 후보는 다음달 14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다.



1위는 하라 후보가 했지만 유리하지 않다. 결선 투표에서는 약 70%가 넘는 표를 얻은 여러 보수 진영 후보의 표가 결집할 수 있어 카스트 후보에게 유리한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과 현지 매체 등은 전했다. 이날 13.9% 득표율을 보인 극우 유튜버 출신 요하네스 카이세르 후보와 12.7%를 얻은 에벨린 마테이 후보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카스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라 후보는 가브리엘 보리치 현 좌파 정부에서 노동·사회보장부 장관(2022년 1월~2025년 4월)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노동권 강화와 복지 확대 등 사회정책 중심의 공약을 약속해왔다. 이 외에도 부패와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중도·좌파층 결집을 시도해왔지만,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치안 문제에서 보수 진영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힌 카스트 후보는 수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칠레와 볼리비아 북부 국경을 따라 수백킬로미터의 도랑과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스트 후보는 공약으로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대규모 교도소 건설, 리튬 산업 민영화 등을 내세우면서 상승세를 탔다. 그는 2021년 대선 때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에서 보리치 현 대통령에게 패했으나 이번에 재도전했다. 독일 출신 이민자인 그의 아버지는 18살 때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에 입당했음을 보여주는 신분증이 과거 발견돼 논란이 인 적도 있다.



극우 공화당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선 후보(왼쪽)가 16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 초기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극우 공화당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선 후보(왼쪽)가 16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 초기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하상섭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전략지역연구부 조교수는 “의무 투표제가 적용된 대선인 만큼 높은 득표율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번 득표율은) 현 좌파 정부의 한계를 보여준 결과”라며 “격차를 못 벌려놓은 상황에서 보수 결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면 다음 2차 결선 결과는 예상대로 사실상 카스트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칠레에서는 올해 의무 투표제가 부활하면서 2021년 대선에서 47.33%(1차)에 그쳤던 투표율이 85.40%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체 유권자 규모는 1570만명으로 집계됐다. 하 교수는 이어 “불법 이민자와 치안 문제에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는 우파 후보들의 추세는 미국이 불법 이민자 추방하고 치안을 명분으로 (멕시코나 베네수엘라 등과) 싸우는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는 모양새”라며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의 트럼프’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칠레 아돌포 이바녜스 대학의 정치학자인 로돌포 디시 교수는 에이피 통신에 “오늘 이후 극명하게 대립하는 두 후보는 훨씬 더 온건해진 방식으로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칠레 유권자들은 하원 의원 155명 전원과 상원 의원 50명 중 23명도 선출했다. 하원 155석 중 61석을 현 집권 좌파 연합인 ‘칠레를 위한 단결’에서 가져갔고, ‘칠레의 변화’(공화당 등 극우 연합)가 42석을 차지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상원 23석 선거에서는 집권 좌파 연합에서 11석을 차지해 선두를 달렸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