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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2025.1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30년 숙원이었던 핵추진잠수함(SSN·핵잠) 도입에 미국이 큰 틀의 동의를 했음이 공식 확인됐다. 다만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된 것은 미국 행정부 내에서 핵연료 공급 문제 등을 두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향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의 과정에서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우리 핵잠을 대중국 견제 등 미국이 원하는 목적에 활용하는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17일 언론공지를 통해 대럴 커들(Daryl Caudle) 미국 해군참모총장의 '중국 억제를 위한 핵잠 활용' 관련 발언에 대해 "우리의 핵잠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커들 총장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등 내외신 언론과 인터뷰 과정에서 '한국이 핵잠을 확보하면 중국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를 받자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핵잠) 능력은 그 전략적 계산에 포함돼야 할 요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커들 총장의 발언은 한국의 핵잠이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부 차원의 언론 공지를 통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사전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괌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17일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East-Up 관점'(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한 관점)으로 볼 때 한국·일본·필리핀은 세 개의 분리된 양자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네트워크"라며 "삼각구도 강점은 기존 동맹과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주한미군이 공개한 East-Up Map. (사진=주한미군 제공) 2025.1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문제는 미 전쟁부(국방부)의 이같은 시각과 달리 미 행정부 안에서도 한국의 핵잠 도입을 둘러싸고 여러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팩트시트 발표 지연의 주된 원인이기도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큰 줄거리가 합의됐다"면서도 "많은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우리나라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과 우라늄 농축 권한과 관련해 한미 간 "마지막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기존의 협정을 조정해야 하는데, 얼마만큼 조정할지, 많은 조정이 필요할지 아니면 작은 조정을 할지는 그 협의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의 권한이 즉각 확대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있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의 논의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로서는 향후 이뤄질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의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 의무를 준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와 검증 체계에 따라 핵연료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배제할 것임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300과의 통화에서 "관련해서 미국 내 각종 법과 규제를 하나하나 검토해서 변경하거나 예외를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팩트시트 발표 전 미국 에너지부·상무부 등에서 '핵 비확산'을 지지하는 이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하니 이들을 설득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미군이 기대하는 한국과의 전략 연계 등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주변국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한국의 핵잠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4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의 분명한 태도를 주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미국, 중국 등 곳곳에서 핵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우리로서는 국방 주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의 핵잠 도입 조치 등을 외교적 메시지를 통해 관리하고 중국, 러시아 등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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