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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한반도 지도 거꾸로 뒤집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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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한반도 지도 거꾸로 뒤집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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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한반도 지도 거꾸로' 활용 배경 설명
"'결정적 공간' 내부에 있다는 인식
확대해보니 中 해군기지만 상세표기
"주한미군 중심 '한반도 피벗' 구상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8월 8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8월 8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미군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으며 한국과 일본, 필리핀의 (3각) 협력틀이 보인다"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로 이어지는 세 방향의 경쟁 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특한 이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주한미군이 ‘뒤집어 놓은’ 동아시아 지도를 제작해 내부 교육용 등으로 활용한 데 대한 설명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이같은 설명 자료를 주한미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그는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를 활용한 배경에 대해 “새로운 이름을 붙이려는 게 아니라, 새롭게 보는 방법(new way of seeing)을 제시하는 데 있다”며 “한반도는 오랫동안 전방에 외치한 ‘외곽 거점’처럼 인식돼 왔으나, 관점을 바꾸면 접근성과 도달성, 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 위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메시지는 한국 측에도 충분히 의미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평택서 베이징, 타이페이 직선거리 표기



주한미군이 1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동쪽이 위인 지도. 주한미군 홈페이지 캡처

주한미군이 1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동쪽이 위인 지도. 주한미군 홈페이지 캡처


이날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일본·필리핀 삼각 협력이 기존 양자 동맹 구조보다 어떤 장점을 갖고 있냐'는 국방부 기자단 서면 질의에 "삼각 협력 틀의 강점은 기존 (양자) 동맹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뒤집힌) 지도 관점에서 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은 세 개의 분리된 양자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네트워크로 보인다"며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에서 활용되는 해당 지도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북이 뒤집힌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동해를 한반도 위쪽으로 둔 해당 지도에선 대만 타이베이와 필리핀 마닐라가 북동쪽에 위치해 주목도가 높아진다. 특히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기준으로 타이베이(1,425㎞), 마닐라(2,550㎞), 베이징(985㎞), 도쿄(1,155㎞), 평양(255㎞)까지의 직선거리가 표시돼, 주한미군 역할이 한반도와 주변국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에 뻗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모습이다.

해당 지도는 또 여러 나라 가운데 유독 중국 내에 있는 톈진, 칭다오, 상하이, 닝보, 광저우 등 중국 내 해군 기지만 별도로 표기된 점이 특징이다. 북한과 러시아보다 중국을 겨냥한 전략 구상을 염두에 둔 지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우리의 부산, 일본 오키나와, 북한 남포나 청진 등 중국을 제외한 주변국 해군기지는 별도 표기되지 않았다.

특히 향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통한 변화에 대해서는 브런슨 사령관은 “지휘부 내 보직 역할은 변할 수 있지만 연합방위 기본 토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유연성은 준비 태세의 핵심 자산이며,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억제력의 신뢰성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라며 “인태 지역 위협은 여러 작전 영역과 경계를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포함해 국가·비국가 차원의 다양한 도전이 존재한다”며 북한뿐 아닌 중국 등을 대상으로 한 대비태세 전략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