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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한반도 전력은 미국 방어선 내부에 위치한 전력”

매일경제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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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한반도 전력은 미국 방어선 내부에 위치한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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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이 위인 지도’ 공식 설명
한국은 미국 인·태전략의 ‘중심부’
중·러 동시에 압박하는 역할 가능


주한미군이 제작해 내부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쪽이 위인 지도’. [사진=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주한미군이 제작해 내부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쪽이 위인 지도’. [사진=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남북을 180도 뒤집은 ‘동쪽이 위인 지도(일명 뒤집힌 지도)’가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재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구도에서 한반도가 가진 ‘중심부’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며 한국이 북한 외에도 중국과 러시아에 억지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주한미군 사령부 제공]


브런슨 사령관은 17일 주한미군 홈페이지 등에 동쪽이 위인 지도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기존 북쪽이 위를 향하는 표준 지도를 회전시켜 동쪽이 상단을 향하도록 하면 완전히 다른 전략적 구도가 드러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통적인 시각에서 인도·태평양은 멀리 떨어진 동맹들로 구성된 광대한 공간처럼 보였다”며 “미국은 이에 해당 지역에 위기나 충돌이 발생하면 먼 거리에서 전력을 ‘투사’해야 했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하지만 지도를 돌리면 전략적 그림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이제 보강이 필요한 원거리 자산이 아니라 위기나 유사시 미군이 진입해야 하는 방어선 내부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전력으로 재인식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해당 지도는 한국이 한반도 동쪽에서 러시아 함대의 진입을 억제하고 동시에 서쪽에서 중국의 활동을 견제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은 더욱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며 “단순히 강화가 필요한 취약한 전진 배치 전력이 아니라 다중 적국에 즉각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최적의 내부 전력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삼각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세 개의 상호방위조약 동맹들을 (미국과) 개별 양자관계가 아닌 삼각형의 각 꼭지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합적 잠재력이 분명해진다”며 “상호보완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는 “한국은 ‘전구(戰區)’ 내 전략적 중심 위치를 제공하면서 러시아와 중국 양측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일본은 첨단 기술 능력을 통해 주요 해상 거점을 통제하며, 필리핀은 남쪽으로부터의 접근과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를 장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설명에서는 주한미군의 유연성 확대 방침과 미국이 생각하는 자국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상에서 한국의 기여 확대 불가피성이 확인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의 필요성을 묻는 취지의 국내 언론들의 물음에 “유연성은 준비 태세의 핵심 자산이며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억제력의 신뢰성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험성은 여러 작전 영역과 경계를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기여 확대 필요성과 관련한 물음에는 “전방의 외곽 거점처럼 인식돼 온 한반도가 접근성·도달성·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 위치로 인식된다는 점은 한국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며,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억제력”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반도 배치 전력이 미국의 방어선 내부에 있다는 언급에 대해 “부대 이동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현재 배치의 의미가 달라지는 문제”라며 “동쪽이 위인 지도는 우리가 이미 결정적인 공간 내부에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워게임과 훈련을 설계하도록 유도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먼 거리에서 전력을 투사하는 게 아닌 내부에서 작전하는 위치에 있게 됐다”며 “한미 연합사 차원에서 양국 보급 동기화, ·합동·전 영역 작전을 전제로 한 기획 노력과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연습 등 통합의 필요성이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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