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11월10일 07시2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3~5년 내 3건의 추가 기술이전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10년 후에는 자체 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겠습니다.”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제공= 에이프릴바이오) |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397030)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팔릴 만한 신약 후보를 만들어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자금으로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 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22년 코스닥에 상장한 에이프릴바이오는 항체 기반 신약 플랫폼 ‘SAFA(Site-specific Antibody Fusion Assembly)’를 중심으로 차세대 항암 및 면역치료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SAFA는 항체에 단백질을 결합해 약물이 몸속에서 오래 머물게 하는 기술이다. 약효를 더 길게 유지하고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기술이전 1.2조, 보유 현금 992억
이 플랫폼으로 개발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과 ‘APB-R3’는 글로벌 제약사인 룬드벡과 에보뮨에 각각 기술이전됐다. 규모는 누적 1조2000억원이며, 현재까지 에이프릴바이오가 수령한 계약금과 마일스톤 규모는 약 531억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보유 현금은 약 922억원이다.
룬드벡은 APB-A1을 갑상선 안구병증(TED)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보뮨은 APB-R3을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2a상 단계다. 최근에는 궤양성대장염(UC)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에보뮨은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기술이전받은 후보물질 등을 앞세워 지난 6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20% 이상 급등했으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8900억원이다.
현재까지 에이프릴바이오가 수령한 계약금과 마일스톤 규모는 약 531억원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SAFA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기존 GLP-1 계열과는 다른 IL-18(인터루킨-18) 경로를 타깃으로 한다. 회사는 강원대·연세대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IL-18이 지방간 섬유화 억제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IL-18이 간 내 염증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치료 접근법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회사는 내년 특허 출원 후 MASH 임상 경험이 있는 해외 제약사나 전문 바이오텍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동연구 형태로 협력 대상을 확정한 뒤 전임상 독성시험을 거쳐 2026년 이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이 원하는 물질 만드는 회사
에이프릴바이오는 3~5년 내 최대 3건의 추가 기술이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하고, 10년 안에 자체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시장 수요가 명확한 분야를 중심으로 ‘팔릴 수 있는 약’을 개발해 기술이전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차 대표는 “내가 봤을 때 좋은 물질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며 “과학적으로 보기에 완벽한 후보라도 시장성이 없다면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상업적 니즈가 확실한 물질은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파이프라인의 우선순위를 ‘시장성’ 중심으로 결정한다. 단순히 새로운 기전을 찾기보다 글로벌 제약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적응증, 기술 구조, 투여 방식 등을 분석해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후보부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 대표는 “비만 치료제처럼 경쟁이 과열된 분야는 과감히 접고, 오히려 미충족 수요가 명확한 질환을 선별해 집중하는 방식”이라며 “팔릴 수 있는 약을 가장 먼저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기술이전 후보군은
현재 회사가 집중하는 차세대 기술이전 후보군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면역 활성 단백질(T세포 결합 단백질) △삼중결합 항체(Triple Antibody Conjugate)다.
이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ADC는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후보물질을 검증하고 있다. 기존 기술보다 2~3배 높은 암 조진 전달 효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면역 활성 단백질은 종양 주변에서만 면역세포를 작동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개발 중이며, 삼중결합 항체는 ‘한 달에 한 번’만 투여하는 제형을 목표로 한다.
차 대표는 “3가지 모두 SAFA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며 “플랫폼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질환별로 개념입증(PoC)만 확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