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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강버스 재운항 보름 만에 ‘쿵’… 뭐가 그리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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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강버스 재운항 보름 만에 ‘쿵’… 뭐가 그리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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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부근 강바닥에 걸려 멈춘 한강버스와 주변 등대에서 경찰이 사고조사를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는 수심이 얕은 지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등대도 설치됐으나 문제의 선박은 등대를 넘어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슈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부근 강바닥에 걸려 멈춘 한강버스와 주변 등대에서 경찰이 사고조사를 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는 수심이 얕은 지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등대도 설치됐으나 문제의 선박은 등대를 넘어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슈스


한강버스가 또 멈춰 섰다.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나다 강바닥에 걸렸다. 잇단 고장으로 한 달여간 탑승 운항을 멈췄다가 재운항한 지 보름 만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대로면 시민들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다.

15일 저녁 8시 25분께 잠실선착장에서 약 118m 떨어진 지점에서 한강버스가 하천 바닥과 선박 아래가 부딪히며 멈춰 섰다. 배에는 승객 82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순간 배 안에서는 “쿵”하는 충격이 느껴졌다고 한다. 승객들은 소방 구조정에 모두 구조돼 저녁 9시 10분께 잠실선착장으로 이송됐다. 만약 선착장과 먼 지점에서 충격이 있었다면 큰 사고로도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는 사고 당일 “항로 이탈은 없었다”더니 16일엔 “조사 결과 사고 직전 항로 이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을 바꿨다. 저수심 구간 항로에 설치된 표시등 4개 중 2개에 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선장이 경로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선장의 운항 미숙, 안전시설 미비, 얕은 수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지난 9월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는 잦은 고장과 안전 논란으로 열흘 만에 탑승 운항을 중단했다. 무탑승 시범운항 한 달간에도 3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문제 없다”며 이달 2일 다시 운항을 강행했다. 재운항 뒤에도 사고 조짐이 잇따랐다. 지난 11일 뚝섬으로 입항하던 한강버스 프로펠러에 로프가 감겨 잠수부가 투입됐고, 15일 낮에도 ‘바닥이 긁히는 느낌이 든다’는 선장 보고가 있었다.

한강버스는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출퇴근 교통혁신’이라는 구호에 걸맞지 않은 더딘 운항, 운영비의 25% 수준인 운항 수입, 무엇보다 이번에 또다시 확인된 안전성 문제까지 우려가 상당하다. 서울시는 한남대교 상류 전 구간의 운항을 16~18일 사흘간 중단하고 점검을 하겠다지만, 이 정도로 될 문제가 아니다. 치적 쌓기용 전시 행정이 아니라면, 시민 안전을 100% 확보한 뒤에라야 운항을 재개하는 게 옳다. 뭐가 그리 급해 서두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