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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요청에 이재용 회장 ‘화답’… 삼성 “국내에 5년간 450조원 투자”

조선비즈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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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요청에 이재용 회장 ‘화답’… 삼성 “국내에 5년간 450조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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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이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한다.

삼성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회의 직후 별도 자료를 배포해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대미(對美)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주재로 이날 열린 민관 합동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의 국내 투자 결정은 지난 14일 한미 관세·안보 협상 세부 합의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와, 3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배경으로 한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투자 MOU’와 별개로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민관 합동회의에서 “관세 협상 타결로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정말 노고가 많으셨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미 관세 협상 등)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산업 투자 축소 우려가 나온 점에 대해 “삼성은 그런 일이 없도록 국내 투자 확대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중소기업·벤처기업과의 상생도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9월 발표했던 ‘향후 5년간 6만명 국내 고용’ 약속을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이 자리에서 재차 강조했다. 그는 “R&D를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삼성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외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께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 정상회의 후 ‘어려운 대외 환경을 맞아 국력을 키워야 하겠다’라고 하신 말씀이 절실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며 “외교력·국방력은 물론 문화 자산인 K-컬처와 산업 경쟁력이 국력을 키우는 데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 “지역 균형 발전 힘쓸 것… 채용 기회도 확대”

삼성 측은 향후 5년간 국내 450조원 투자를 발표하며 “삼성전자 및 관계사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투자에도 나설 것”이라며 “신입사원 공채 등 신규 채용 이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사업(CSR)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와 함께 협력 업체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실질적 자금 지원에도 속도를 낸다. 상생 펀드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를 적극 운용하고 협력 업체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생산라인은 오는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삼성SDS가 주축이 됐다. 삼성SDS는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건립할 특수목적회사(SPC) 컨소시엄의 주사업자로, 전남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 2028년까지 확보할 약 1만5000장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학계·스타트업·중소기업 등 공급된다.


삼성SDS는 이와 함께 경북 구미 1공장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AI 특화 데이터센터로 2028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 중심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 “공조·배터리·디스플레이·반도체 기판 국내 생산 확대”

삼성전자가 이달 초 인수를 완료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도 한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플랙트는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생산라인 건립과 인력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생산할 국내 거점의 유력한 후보지로 울산 사업장을 꼽고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수원 SDI연구소에 설치하고, 같은 해 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여러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으로 2027년 양산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 측은 “최근 독일 BMW와 ‘전고체 배터리 실증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 라인은 올해 말 시험 가동에 들어가 내년 중순쯤 IT 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별개로 작년 문을 연 충남테크노파크 혁신공정센터에 노광기를 포함한 유휴설비 14종을 올해 기증했다.

삼성전기는 2022년부터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거점 생산 기지인 부산에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사업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기술 난도가 매우 높은 서버용 패키지 기판을 개발해 양산 중이다. 회사 측은 “부산사업장에서 양산 중인 FC-BGA 기존 빅테크에 공급 확대하고, AI 가속기용 신규 고객사 다변화를 강화해 정부의 AI 기반 성장 기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서부 헤르네에 있는 플랙트 본사./플랙트

독일 서부 헤르네에 있는 플랙트 본사./플랙트



◇ “청년 직접고용하고 자립 도울 것… 협력사에도 자금 지원”

삼성은 지난 9월 발표한 ‘5년간 6만명 신규 채용’을 추진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할 별도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측은 “청소년 교육·상생 협력 관련 CSR 프로그램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와 별개로 2015년부터 자립 준비 청년의 주거 안정을 지원해 왔다. 2023년부터는 자립 준비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해 기술·기능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전자·IT 제조 ▲선박 제조 ▲공조냉동 ▲제과·제빵 ▲네일아트 ▲애견 미용 ▲SW 개발 ▲광고·홍보 ▲중장비 운전 ▲반도체 배관 등 10개 직무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수료자 총 152명 중 70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삼성은 창업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나 사업 노하우가 부족한 외부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부터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약 540개 기업을 육성했다.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공익 활동을 전개하는 청년 활동가 단체도 2022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청년 활동가 단체는 연 최대 5000만원을 받는다. 56개 지역 80개 단체에 소속된 총 1414명이 지원받았다.

삼성은 이와 함께 1~3차 협력업체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설비투자·기술개발·운영자금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1051개 기업에 대해 2조32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중견 협력업체를 대상으로는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ESG 경영 전환을 돕기 위해 안전·환경 투자 비용에 대한 무이자 대출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상주하는 협력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까지 총 8146억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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