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영화 스파이더맨 '큰 힘엔 큰 책임 따른다' 인용…"韓도 핵잠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
中의 양적 우위엔 "전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물량"…서해 구조물 등엔 "힘을 통한 평화 구축해야"
대럴 커들(Daryl Caudle) 미국 해군참모총장(대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내외신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커들 총장은 지난 8월25일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 방문의 목적 중 하나로 한화오션 등 조선소 방문을 꼽았다. 커들 총장은 "한국이 조선 작업을 어떻게 해내고 있는지 직접 보고 배우고 싶다"며 "이곳에서 사용하는 기술, 인력, 운영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얻은 배움과 시사점을 미국으로 가져가 우리 조선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 사진=김인한 기자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임명된 대럴 커들(Daryl Caudle) 미국 해군참모총장(대장)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SSN·핵잠) 도입이 지역 중심 해군이 아닌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해선 미국과 동급(peer)이라고 평가하면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주한미군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커들 총장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등 내외신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공격잠수함'(nuclear power fast attack submarines) 건조를 지원하며 함께 나아가기로 한 것은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능력을 확보했을 때의 전략적 가치는 '전 세계 어디로든 전개할 수 있는'(worldwide deployable)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영화 '스파이더맨'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한국도 언젠가 그 잠수함들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 중심의 해군이 아니라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물론 이런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며, 이 전환기에는 미국, 일본, 한국, 호주 그리고 서태평양 지역의 다른 뜻을 같이하는 해군들이 공통의 목표를 향해 계속 협력하고 현재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이 핵잠을 확보하면 중국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엔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그런 종류의 능력을 갖추면 미국은 동맹으로서 함께 협력해 미국이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하는 중국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길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핵잠) 능력은 그 전략적 계산에 포함돼야 할 요소라고 본다"고도 했다. 다만 "한국이 자국의 주권 자산인 함정을 자국의 국익에 따라 어떻게 운용하든 미국이 그 부분에 관여하거나 제한할 사안은 아니다"면서 "한국이 핵잠을 자국 주변 해역에서 운용하고 그 환경에서 한국 잠수함과 함께 우리가 활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의 핵잠 도입 관련 과제로는 "핵잠의 건조·운용을 뒷받침할 산업 기반, 핵추진 함정을 운용할 승조원에 대한 전문적 교육·훈련체계 그리고 해상에서 운용되는 핵추진 체계의 유지·정비 능력은 육상 원자력 운영과는 크게 다르다"면서 "미국은 지난 50년 동안 이러한 경험과 체계를 축적해 왔고 한국도 핵잠 전력 확보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잠수함과 함정 등 양적 우위가 미국의 질적 우위를 압도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수량 자체가 하나의 질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며 "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물량'(mass)으로, 규모는 분명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어선 미국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이 점이 바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중국이 그 부분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구역(PMZ) 등에서 불법 구조물 등을 설치하는 이른바 회색지대 전술에 대해선 "전 세계적인 우려 요인"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접근법이 여기에 맞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들 총장은 "(중국의) 활동은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나 '단방향 톱니바퀴'(ratchet)와 같은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며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가 자신이 삶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혹은 톱니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새로운 기준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강습단이 참가하는 훈련을 중국 견제 목적으로 서해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의엔 "국제수역인 서해에서 이런 작전이나 훈련을 진행할 가능성 역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작전이나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대럴 커들(Daryl Caudle) 미국 해군참모총장(대장)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화학공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의 장교후보학교(Officer Candidate School)를 수료하고 임관했다. 미 함대사령부(Fleet Forces Command) 사령관, 미 해군 전략사령부(U.S. Naval Forces Strategic Command) 사령관, 잠수함전력사령관, 대서양함대 잠수함전력사령관 등을 지냈다. 커들 총장의 부친은 1950년대 한국전쟁에 미군 취사병으로 참전했으며 최근 별세했다고 한다. 커들 총장은 "아버지께서 생전 한국에서의 경험을 매우 따뜻하게 기억하셨다"며 "당시 한국 국민들로부터 받은 환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셨다"고 했다. / 사진=김인한 기자 |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분쟁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중국과 미국처럼 동급 경쟁 관계에 있는 강대국 간 충돌이 발생하면 '전력 총동원'(all hands on deck)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일 것"이라고 했다.
커들 총장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등을 적극적으로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그 시기에는 보장(assurance)과 억제(deterrence) 그리고 힘을 통한 평화가 더욱 중요해진다"며 "(주한미군 역할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이 중국 견제 목적으로 미국의 조선업 역량 재건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존스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과 군함은 미국에서 건조돼야 하고 미국 선원이 소유·운항해야 한다는 법이다.
미 해군정보국(ONI)이 2023년 7월 유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건조 능력은 미국의 약 23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10만GT(Gross Tonnage·총톤수) 안팎인 데 비해 중국은 2325만G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커들 총장은 '한국 조선소에서 미국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미국의 조선업 역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들을 모색해야 한다"며 "존스법이 처음 제정될 때 전제로 삼았던 상황이 지금 유효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미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로 조선 기반을 확대하는 문제는 미국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상 위협에 대해선 "북한의 해군력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선 역내에서 분명히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SLBM 능력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도약이지만, 그 능력이 실제로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적 군사협력에 대해선 "북한이 일부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해저·해상·공중 전 영역에서 무인체계(드론)가 활용되는 흐름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며, 이런 진화하는 기술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방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커들 총장은 "미국은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을 바탕으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은 이러한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커들 총장은 지난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특수선공장 내 잠수함 건조 현장도 둘러봤다. 최근 진수한 3600t급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인 장영실함에도 탑승했다고 한다. 또 미 해군의 함정을 유지·보수·운영(MRO) 현장 등을 보며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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