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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모녀 사건’ 이후 복지 기준 손봤더니…전북 긴급지원 16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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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모녀 사건’ 이후 복지 기준 손봤더니…전북 긴급지원 16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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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생활급여 중지자 전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346가구를 신규 위기가구로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주의 한계를 넘어 ‘행정이 먼저 찾는 복지’로 전환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는 올해를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원년’으로 삼고 선제적 복지시스템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16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생계·의료급여 중단자 1만3198명을 조사 대상으로 꼽고, 14개 시군 복지공무원 745명을 통해 한 달 동안 유선 상담과 가정 방문을 통해 생활 여건을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 346명이 즉각 지원이 필요한 위기가구로 새롭게 분류됨에 따라 공적급여 508건과 민간자원 연계 190건 등 총 698건의 긴급 지원을 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익산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가구는 소득·재산 변동으로 급여가 중단됐지만, 실제 생계는 위기 상황이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역 사회에서 ‘신청주의 복지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전북형 긴급복지 제도 개선은 단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지원 대상 진입의 장벽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소득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85% 이하 전체로 확대하고, 1인 가구 금융자산 기준을 200만원 상향한 1039만2000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금융자산 기준 상향으로 당장 현금흐름이 막힌 1인 가구가 제도의 문턱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개선 이후 3개월간 긴급복지 지원 건수는 48건으로, 기준 완화 전 7개월간 3건에 그쳤던 실적의 16배에 달했다.

조사 과정에서 긴급 복지제도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도 문제로 드러났다. 1인 가구 금융재산 기준(839만2000원)이 주요 장벽으로 지적되자, 도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지난 8월 ‘전북형 긴급복지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전북도는 이번 조치가 신청주의 중심에서 벗어나 사전 발굴 체계로 전환하는 전북형 복지정책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수 조사는 내년부터 매년 상반기 정례화되며, 급여 중지자 정보는 복지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과 연계해 상시 관리 체계로 전환된다.


내년부터는 급여 중지자 일제 조사 정례화, 빅데이터 기반 위기 정보 47종과 인적 안전망 결합, 읍면동 복지공무원의 직권 신청 확대 등 발굴 중심 복지 체계 고도화가 추진된다. 복지행정의 신뢰도 확보와 함께 도민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행정이 먼저 찾아가고 제도를 현실화해 더 많은 도민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위기가구를 놓치지 않는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해 도민의 삶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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