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투자후 손실누적 예상
여전히 시장과열 경고해 주목
여전히 시장과열 경고해 주목
마이클 버리. 블룸버그 |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촉발시켰던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창업자가 시장 과열을 경고하며 사실상 헤지펀드를 청산했다. 그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유명 투자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이언자산운용은 지난 10일부로 투자자문사 지위가 해제됐다. 규정상 운용자산 1억달러 이상인 투자자문사는 SEC에 등록하고 회사 운영 현황 신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지만, 운용 규모가 그 기준을 밑돌면 신고서 제출 의무가 사라진다.
일각에서는 사이언자산운용이 버리의 AI 거품론에 따라 공매도에 투자했다가 뉴욕 증시의 상승장에서 손실이 누적돼 운용자금이 의무 신고 기준인 1억달러 미만으로 줄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버리는 최근 AI 열풍을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에 비유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쏟아냈지만, 뉴욕 증시는 강한 랠리를 이어왔다. 사이언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1억5500만달러였다.
버리는 엑스(X) 계정을 통해 사이언자산운용의 등록 해제 통지서를 게시하며 “11월 25일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예고해 시장의 궁금증을 키웠다. 구체적인 배경은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사이언자산운용이 외부 자금 없이 자기 자금으로만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 형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브루노 슈넬러 에를렌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는 “버리가 조작됐다고 믿는 게임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패밀리오피스 형태로 전환해 자본을 운용하는 등 공식적인 시장 체계 밖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주요 외신들은 사이언자산운용이 제출한 3분기 보고서(13F)를 인용해 사이언자산운용이 지난 분기 팰런티어 풋옵션 9억1200만달러(약 1조3200억원)와 엔비디아 풋옵션 1억87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소식이 전해지자 팰런티어(-7.9%), 엔비디아(-3.9%) 등 AI 대표주가 급락했고 글로벌 증시 전반이 흔들렸다. 다만 버리는 전날 X를 통해 “팰런티어 풋옵션 매수금액은 9억1200만달러가 아니라 920만달러”라고 정정했다.
버리가 AI 대표주에 하락 베팅하는 가운데 뉴욕 증시는 최근 기술주를 중심으로 부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3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29% 떨어진 2만2870.36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해제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밸류에이션 부담과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서다. 엔비디아(-3.58%), 브로드컴(-4.29%), 테슬라(-6.64%), 팰런티어(-6.53%) 등 대표 기술·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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