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난 내게 여자야', 재력 있는 여성과 잘생긴 남성의 연애 예능
다만 과도한 설정에 진정성과 설득력 와해되며 역효과
연애 예능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난 내게 여자야'다. 꽤 도발적인 제목과 기획 의도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흥미 이상을 유발할 수 있을지 궁금증도 크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KBS2 '누난 내게 여자야'는 커리어를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느라 아직 사랑을 찾지 못한 여성들과, 사랑 앞에서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믿는 남성들의 로맨스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사랑 앞에서는 한 사람의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으나 이 기획의도는 흥미로움과 동시에 여러 논란의 여지를 품고 있다. '누난 내게 여자야'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30~40대 여성들과, 패기 넘치고 외모 자신감이 있는 20대 남성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며 관계를 형성하는 포맷이다. 각기 다른 세대의 가치관, 연애 방식, 기대감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과도한 설정에 진정성과 설득력 와해되며 역효과
지난달 27일 공개된 KBS2 '누난 내게 여자야'는 커리어를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느라 아직 사랑을 찾지 못한 여성들과, 사랑 앞에서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믿는 남성들의 로맨스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KBS2 제공 |
연애 예능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난 내게 여자야'다. 꽤 도발적인 제목과 기획 의도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흥미 이상을 유발할 수 있을지 궁금증도 크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KBS2 '누난 내게 여자야'는 커리어를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느라 아직 사랑을 찾지 못한 여성들과, 사랑 앞에서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믿는 남성들의 로맨스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 사랑 앞에서는 한 사람의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으나 이 기획의도는 흥미로움과 동시에 여러 논란의 여지를 품고 있다. '누난 내게 여자야'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30~40대 여성들과, 패기 넘치고 외모 자신감이 있는 20대 남성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며 관계를 형성하는 포맷이다. 각기 다른 세대의 가치관, 연애 방식, 기대감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다소 자극적인 설정 위에 세워진 기획이라는 물음표가 생긴다. 프로그램의 일부만 보더라도 방향성이 드러난다. 외제차를 타고 등장하는 여성, 명품 가방을 든 출연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내용이 담긴 여성들의 인터뷰는 이들의 경제적 독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남성 출연자들은 능력보다는 비주얼 중심의 캐릭터로 포지셔닝된다.
이러한 그림의 연속은 결국 재력과 외모의 교환처럼 느껴진다. '누난 내게 여자야' 구도는 전통적인 남녀 관계의 프레임을 뒤집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만약 남녀의 위치가 바뀌어 경제력을 갖춘 중년 남성과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 출연했다면 프로그램은 곧바로 비판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이 이를 의식해 여성 주도 연애라는 타이틀로 변환시켰지만 결국 유사한 설정이 신선함으로 포장됐을 뿐이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캐릭터와 관계가 감정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연애 예능이 본질적으로 감정을 다루는 장르임을 감안할 때, 과도한 콘셉트화는 오히려 관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연애 예능 시장의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환승연애' '체인지 데이즈' '솔로지옥' 등은 감정의 복잡함보다는 자극적인 상황, 극단적인 대립, 혹은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화제성을 얻었던 터다. '누난 내게 여자야' 역시 이와 같은 '고자극'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극이 강할수록, 관계의 설득력은 떨어지는 법이다.
프로그램이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이 아니라 감정의 교류를 중심에 둬야 한다. 누나와 연하라는 관계가 단순히 나이의 문제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으로 그려질 때 이 연출은 비로소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의 연출로는 여성의 재력과 남성의 외모를 중심으로 연애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 단순한 흥미 이상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제작진은 '나이 차이를 넘어선 사랑'이라는 테마를 줄곧 내세우나 나이, 조건, 사회적 위치라는 외형적 요소를 벗겨냈을 때 남는 관계성이 진심으로 느껴질 수 있지 의문이다.
결국 단순한 이슈몰이 예능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관계 서사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 연애 예능의 본질과 자극, 진정성과 설정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