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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일 만에 A매치, 653일 만에 골…조규성 "집념으로 넣었다"

중앙일보 박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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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일 만에 A매치, 653일 만에 골…조규성 "집념으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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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조규성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한국축구대표팀 조규성이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골을 넣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넣었다.”

598일 만의 A매치에서 653일 만에 골을 터트린 조규성(27·미트윌란)의 소감이다.

한국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 추가골을 터트려 2-0 승리에 기여했다.

조규성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이렇게 득점할 수 있어 기쁘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와서 뛸 줄 몰랐는데,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골까지 넣어서 더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반 43분 김문환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주자, 조규성은 상대와 몸싸움을 버텨낸 뒤 넘어지면서도 차 넣었다. 조규성은 “집념이었다. 몸싸움을 이겨내다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그냥 넣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한 것 같다”고 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이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넘어지면서도 골을 넣고 있다. 뉴스1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이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넘어지면서도 골을 넣고 있다. 뉴스1



조규성은 득점 후 축구대표팀 슬로건 ‘한계를 넘어, 하나된 RED’라고 적힌 코너플래그를 들고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조규성은 “경기 전부터 그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문구가 썼있더라. 잘 맞았다고 본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득점 장면은 마치 그의 축구인생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그는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나 나올 법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가나전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터트린 조규성은 지난해 5월 무릎을 수술했다.

쉽게 완치할 줄 알았는데 재활 도중 합병증이 생겼다. 주사기로 무릎에 찬 물을 빼면서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재수술 후 한달간 병원에 누워 있었다. 몸무게가 14㎏이나 줄었고 하루에 서너번 진통제를 맞으며 밤에 계속 깼지만, 국가대표 꿈은 계속 꿨다.

2024~25시즌을 통째로 날린 조규성은 지난 8월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새로 만든 근육질 몸은 처절했던 그의 노력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소속팀에서 4골을 터트리자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덴마크로 날아가 장거리 비행이 문제 없다고 체크한 뒤 이번에 발탁했다.


수술 후 병상에만 누워있던 조규성. [사진 미트윌란]

수술 후 병상에만 누워있던 조규성. [사진 미트윌란]



1년 8개월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볼리비아전을 앞두고 “몇 분이라도 꼭 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낸 그는 후반 31분 교체로 들어갔고 짧은 출전시간에 골까지 뽑아냈다.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안컵 16강전 이후 처음 터트린 A매치 골이다.

“(전 소속팀) 전북 현대 지우반 코치가 자기 시간을 써가면서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낸 조규성은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부상 전과 비교해 100%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정신적으로 더 강해진 것 같다. 오늘도 긴장되기 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오현규(헹크)와 최전방 공격수 주전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조규성은 “현규가 골을 넣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나도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며 “스트라이커는 골로 보여줘야 한다. 더 많이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팀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고, 계속 뛰면서 몸 상태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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