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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시왕도’ 71년만에 반환...美 메트에서 고향 속초로 돌아왔다

매일경제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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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시왕도’ 71년만에 반환...美 메트에서 고향 속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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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때 조성된 18세기 불화…美 군정 시기 반출돼
맥스 홀라인 메트 관장 “韓예술 이해 고취 협력할 것”


속초 신흥사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 [제공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속초 신흥사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 [제공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품고 있던 18세기 조선 불화 ‘시왕도’ 한 점이 고향 강원 속초 신흥사로 반환됐다. 한국 전쟁 이후 속초 지역 미군정 시기인 1954년 반출된 지 71년 만이다.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센터에서 시왕도 반환 언론 공개회를 열고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와 신흥사는 2023년부터 미술관과 협의를 시작해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2024년 10월 미술관에 공식 반환 요청서를 제출한 뒤 여러 차례 방문 협상에서 반환 합의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맥스 홀라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이 자리에 참석해 “시왕도 반환은 공동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미술관은 한국의 동료·기관과 협력해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여 한국 예술에 대한 세계의 이해와 인식을 고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왕(十王)은 사후세계에서 인간들의 죄의 경중을 가리는 10명의 심판관으로 10폭이 한 세트다. 1폭당 1명의 시왕과 지옥 장면이 그려져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으로부터 6점을 돌려받았으며, 이번이 7번째다. 나머지 석 점은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이번에 돌아온 ‘시왕도’는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로 1798년(정조 22년)에 조성해 신흥사 명부전에 걸려 있던 불화다. 가로 91.4cm, 세로 116.8cm 크기다. 정교한 필선과 채색이 돋보인다. 오도전륜대왕은 열 명의 저승 왕 가운데 마지막 왕으로, 죽은 지 3년이 된 사람을 심판한다. ‘다섯 길의 수레바퀴를 돌린다’는 이름과 같이 죄의 경중에 따라 죄인들이 윤회하여 태어날 곳을 결정한다.

4명의 화승이 참여해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오도전륜대왕은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쓴 모습으로 한 손에 붓을 들고 재판을 주관하고 있다. 넓은 탁자 위에는 붓과 벼루, 연적 등 문방사우 등이 놓여 있고 그림 하단은 지옥의 옥졸에게 끌려다니는 죄인들의 형벌 장면을 처참하게 그렸다. 시왕 좌측에는 여섯 갈래의 길을 따라 육도윤회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데, 재판이 끝난 후 윤회처가 정해진 뱀, 말, 거북 등 육지 및 바다 생물과 남자, 승려, 여래 순으로 영혼들을 묘사했다.


이상래 위원회 이사장은 “시왕도가 환지본처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나머지 3점의 시왕도 역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70년간 타국에 머물렀던 불화가 이 자리에 돌아온 것은 우리의 문화 정체성과 정신이 회복되는 뜻깊은 일”이라며 “환수에 노력해 준 사찰과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1954년 초여름 촬영한 명부전 내부의 시왕상과 시왕도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1954년 초여름 촬영한 명부전 내부의 시왕상과 시왕도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맥스 홀라인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관장이 14일 신흥사 시왕도 반환 언론공개회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향휘 기자>

맥스 홀라인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관장이 14일 신흥사 시왕도 반환 언론공개회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향휘 기자>


14일 열린 시왕도 언론 반환 공개회.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14일 열린 시왕도 언론 반환 공개회.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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