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검란 사태도
행간엔 결국 '검찰권 축소' 불만
정의감보다는 '특권 의식'일 뿐
또 검란(檢亂·검사들의 난)이다. 대장동 비리 사건 1심 결과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에 검사들이 집단 반발했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후폭풍은 계속될 것이다. 항소 포기 과정·결론의 적절성 논란, 용산·법무부의 외압 의혹, '이재명 죽이기' 냄새가 짙었던 이 사건 수사의 정치적 성격, 검찰 수장 공백 및 조직 내홍 등 여러 이슈가 얽혀 있는 탓이다. 지금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리긴 힘들다. 짚어보고 싶은 건 검찰의 '선택적 분노'(여권 표현으로는 '선택적 항명')다.
사실 선택적 분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세상만사가 결코 합리적이지만은 않기에 살다 보면 화가 나고 납득할 수 없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때마다 분노를 터뜨리면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존재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일종의 자기 제어 기술이 바로 '선택적' 분노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발현이다. '선택되고 표출된' 분노는 주체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왜 하필 '그 사안'에서 발끈하는가. 검사들의 선택적 분노와 집단 반발을 지적하기에 앞서, 그 행간 속 검찰의 정체성을 읽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역대 검란을 보면 답이 보인다.
행간엔 결국 '검찰권 축소' 불만
정의감보다는 '특권 의식'일 뿐
노만석(왼쪽)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밤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관용차에 탑승해 퇴근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노 대행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뉴스1 |
또 검란(檢亂·검사들의 난)이다. 대장동 비리 사건 1심 결과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에 검사들이 집단 반발했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후폭풍은 계속될 것이다. 항소 포기 과정·결론의 적절성 논란, 용산·법무부의 외압 의혹, '이재명 죽이기' 냄새가 짙었던 이 사건 수사의 정치적 성격, 검찰 수장 공백 및 조직 내홍 등 여러 이슈가 얽혀 있는 탓이다. 지금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리긴 힘들다. 짚어보고 싶은 건 검찰의 '선택적 분노'(여권 표현으로는 '선택적 항명')다.
사실 선택적 분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세상만사가 결코 합리적이지만은 않기에 살다 보면 화가 나고 납득할 수 없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때마다 분노를 터뜨리면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존재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일종의 자기 제어 기술이 바로 '선택적' 분노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발현이다. '선택되고 표출된' 분노는 주체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왜 하필 '그 사안'에서 발끈하는가. 검사들의 선택적 분노와 집단 반발을 지적하기에 앞서, 그 행간 속 검찰의 정체성을 읽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역대 검란을 보면 답이 보인다.
검사 집단 반발을 부른 △강정구 불구속 수사 지휘(2005년) △검·경 수사권 조정(2011년) △대검 중수부 폐지(2012년) △추미애·윤석열 갈등(2020년)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 권한 축소 또는 통제'라는 도전을 느낄 때 검사들은 들고일어났다. 이번에도 그렇다. 표면적으로는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하며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를 운운했으나 그 기저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직접수사권 폐지 후 남는 공소유지권도 제한하느냐'라는 불만이 폭발했다는 뜻이다.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전경과 검찰 로고가 담긴 표지판. 뉴스1 |
석연치 않은 결정을 한 검찰 수뇌부에 저항한 '옳은 일'이었다는 옹호론도 있는 듯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윤석열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엔 그 정의감이 왜 발동하지 않았나. "법적으로 즉시항고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설명은 검찰이 '정의의 수호자'라기보다는 '법 기술자'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대중이 법의 성벽 또는 법의 빈틈 앞에서 무력감을, 정의의 훼손을 느낄 때 검찰이 나선 모습을 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행정부 소속 기관 중 상부의 의사 결정에 집단 반발하는 곳은 검찰뿐이라는 점이다. 주변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검사의 기개일까. 그렇다면 또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체 왜 그 기개도 선택적으로 발휘되는 건가. 수십 년간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며 켜켜이 쌓인 특권의식의 분출로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심지어 검찰이 추구하는 정의조차 '선택적'이다. 노 대행은 12일 밤 기자들에게 "옛날에는 정권하고 (검찰의) 방향이 같았는데, 지금은 솔직히 좀 다르다"고 했다. 친(親)윤석열 검찰이었음을 고백한 꼴이다. 실제로 그렇다. 검찰이 정권과 대립각을 세운 건 거의 대부분 '상대적 진보' 정부 시절이었다. 단순한 우연인가.
검사 집단 반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에게 비치는 검찰의 정체성은 '특권 유지'일 뿐이다. 결국 검찰의 업보다.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는 법이다.
김정우 이슈365부장 wookim@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