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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침묵 속…이스라엘 대통령, 유대인 정착민 폭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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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침묵 속…이스라엘 대통령, 유대인 정착민 폭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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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민 폭력에 "선 넘었다"
AP "고위직 침묵 속 강력한 목소리"
지난달에만 유대인 폭력사태 260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 있는 케네스카운다 국제공항에서 잠비아군의 환영을 받고 있다. 루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 있는 케네스카운다 국제공항에서 잠비아군의 환영을 받고 있다. 루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최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급증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이 유대인 폭력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낸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헤르초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날 발생한 폭력 사태가 "충격적이고 심각하다"며 "모든 국가 당국이 이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유대인 정착민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선을 넘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이자 명예직으로, 실질적인 권한은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를 위한 도덕적 나침반이자 통합의 원동력 역할을 한다. 헤르초그 대통령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AP는 "이스라엘 정부는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극우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대통령 발언은) 다른 고위 관리들이 폭력 사태에 대해 묵과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드물고도 강력한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한 팔레스타인인이 이달 2일 서안지구 칼킬리야의 한 마을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이 불태운 트럭을 가리키고 있다. 칼킬리야=AFP 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인이 이달 2일 서안지구 칼킬리야의 한 마을에서 유대인 정착민들이 불태운 트럭을 가리키고 있다. 칼킬리야=AFP 연합뉴스


대통령 발언에 일부 군 지도자들도 반응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군은 법을 준수하는 대중을 괴롭히는 소수 범죄자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대인 정착민들이 저지르는 폭력은 이스라엘의 가치에 어긋나며 군대의 주의를 임무수행에서 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비 블루스 중부사령부 사령관도 공격에 가담한 유대인 정착민을 "무정부주의자이자 극단주의자"라고 지칭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폭력 사태에 대응하던 군인들을 공격해 군용 차량을 파손했다.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11일 서안지구에서는 가면을 쓴 이스라엘 정착민 수십 명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해 차량과 건물 등에 불을 질렀다. 지난달에도 올리브를 수확하려던 농부들이나 지나가던 팔레스타인인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습격해 구타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유엔 인도주의사무국에 따르면 지난달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은 260건 이상으로, 2006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