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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총리’ 英스타머, 사퇴 위기?…‘내부 쿠테타 논란’

이데일리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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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총리’ 英스타머, 사퇴 위기?…‘내부 쿠테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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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장관 주도 당 대표 교체설 나와
스트리팅 “내각 공격 자기 파괴적” 반발
보수당 “스타머, 이미 내각 통제력 잃어”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가운데 취임 16개월 만에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로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이 지목되면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 내 분열이 극심한 상황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12일(현지시간) 의회 총리질의 참석을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를 떠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AFP)

12일(현지시간) 의회 총리질의 참석을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를 떠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AFP)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노동당 하원의원 사이에서 오는 26일 예산안 발표 이후 당 대표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로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당 대표 교체는 사실상 총리를 바꾸는 것이다.

관계자는 예산안이 부정적인 반응을 얻고 이로 인해 스타머 총리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스트리팅 장관을 중심으로 최대 50명 하원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타머 총리의 측근과 보좌진들은 “총리는 어떤 대표직 도전도 묵인하지 않고 싸워 물리칠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에 대해 스트리팅 장관이 이를 즉각 반박했다. 그는 “터무니 없는 허위 주장”이라면서 “총리의 측근들이 나를 정치적으로 무력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스트리팅 장관은 42세 하원의원으로, 뛰어난 대외 소통력 등으로 인해 차기 당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누가 총리가 자신의 직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떠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각 구성원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려는 행위는 자기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언론들은 “그의 발언은 이미 스타머 총리에 대한 신뢰가 낮았던 노동당 의원들의 불만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일부는 이 같은 보도의 배후로 스타머 총리의 비서실장 모건 맥스위니를 지목했다. 그가 리더십 도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익명 보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한 노동당 의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모건은 나가야 한다”며 “다우닝가(영국 총리 관저)의 이런 사람들이 ‘총리를 돕기 위한 쇼’를 고안해놓고 결국 총리를 더 약해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마치 정부놀이를 하는 어린애들 같다”고 비꼬았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홍보 책임자였던 앨러스터 캠벨은 이번 사안을 두고 “이보다 더 어리석을 수는 없다”고 혹평했다.

책임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 총리질의(PMQ)에서 “내각 구성원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이런 공격을 승인했다는 주장을 부인했지만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 “총리가 이미 내각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스타머는 노동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으며 “총리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한편, 노동당 당규에 의하면 당 소속 하원의원 20%의 지지 서명을 얻으면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할 수 있다. 현 의석 기준 81명의 노동당 의원이 찬성하면 당 대표 축출 시도를 할 수 있다. 정기 총선은 5년마다 치러지기 때문에 취임한 지 16개월 만에 집권당 당 대표 도전설은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