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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귀빈 대접’ 알카에다 출신…시리아 대통령, 백악관 입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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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귀빈 대접’ 알카에다 출신…시리아 대통령, 백악관 입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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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샤라, 건국 이후 첫 방미 ‘상징적 장면’…비공개 정상회담 진행
미, 강력 제재 ‘시저법’ 유예…시리아, IS 소탕 국제연합 참여키로
트럼프 “강력한 지도자…나는 그를 좋아한다” 중동 평화 강조해
시리아 대통령의 첫 백악관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왼쪽에서 첫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대통령의 첫 백악관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왼쪽에서 첫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1946년 시리아 건국 이후 시리아 정상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알샤라 대통령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에서 세계적 정치가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7분 백악관에 도착해 두 시간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언론에 공개했으나 이번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알샤라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에서 2003년 이후 활동했던 이력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알샤라 대통령에 대해 “매우 강력한 지도자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며 “그는 매우 힘든 과거를 보냈다. 힘든 과거가 없다면 기회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시리아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리아는 중동의 일부다. 이제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시리아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 재무부 등은 이날 시리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고 있는 ‘시저 민간인 보호법’(시저법)의 집행을 180일간 추가로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며 이에 화답했다.

시저법은 2019년 당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제정됐다. 시리아와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기관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시저법 집행의 180일 유예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한 차례 더 유예했다. 다만 러시아·이란 정부와 관련된 거래는 유예 대상에서 제외했다. 시저법의 완전 폐지는 미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제재가 완화되면 시리아는 13년간 내전으로 황폐해진 국가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과 상품 수입 등을 재개할 수 있다. 알샤라 대통령은 회담 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안정과 영토 통합, 대시리아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지지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를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동 질서 재편에 있다.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 정상화 협정)을 시리아로 확대해 시리아의 오랜 우방이던 이란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알샤라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 체결과 관련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장 이스라엘과 직접 협상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 행정부가 이러한 종류의 협상에 도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시리아는 또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한 국제연합군에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주도로 2014년 창설된 국제연합군에는 8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리아는 90번째 참여국이 됐다.

이날 정상회담은 알샤라 대통령이 알카에다 출신으로 과거 이라크 내 미군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는 점, 미국이 그에게 현상금 1000만달러(약 146억원)를 내걸기도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미국은 알샤라 대통령이 지난 8일 미국에 입국하기 불과 이틀 전 그를 테러리스트 제재 명단에서 제외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2003~2006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서 활동했고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2012년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다. 그는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한 후 시리아 반군 조직을 통합한 무장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을 결성했고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시리아 과도정부 수반으로 올라선 알샤라 대통령은 서방과 아랍 국가, 러시아 등을 오가는 광폭의 외교 행보를 통해 정치인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9월엔 시리아 대통령 최초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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