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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호위반 트럭에 치여 산모와 17주 태아가 함께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홀로 살아남은 남편은 병원 안내에 따라 아내와 아이, 두 명의 장례를 치렀는데, 막상 처벌할 때는 사망자가 아내 한 명으로 적혀있었습니다. 가족 두 명을 잃은 남편은 허망한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김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9월, 경기 의정부의 한 사거리.
신호를 무시한 7.5t 화물트럭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신혼부부를 그대로 덮칩니다.
이 사고로 남편은 중상을 입고, 20대 아내와 뱃속의 17주 된 태아는 끝내 숨졌습니다.
[남편 : (사고 전에) 초음파로 사진을 봤는데 팔다리 잘 붙어있고, 아이가 힘차게 잘 움직이고 있었어요. 팔다리로 뻗었다가 구부리고…]
사고 이후 유족들은 병원 안내에 따라 아내와 배 속의 아이까지 모두 2명의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현행법상 16주 이상의 태아는 반드시 장례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 : 태아는 바로 사망했다고 하고, 아내는 의식이 없으니까 연명 치료를 할 건지 물어보시더라고요.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죠. 어렵게 얻은 친구였거든요.]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 공식적인 사망자는 아내 한 명뿐이었습니다.
우리 형법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17주 된 뱃속의 아이는 형법 상 '피해자'가 될 수 없는 겁니다.
[남편 : 병원에서도 아이 사망진단서를 떼고, 사산증명서도 떼고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실제로 형벌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게 제일 허망하죠. 어이가 없고…]
[한상훈/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형법에서 태아가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는 시점은 판례와 학설에 의하면 진통설이라고 하는 겁니다. 분만이 개시될 때부터 사람으로 보아서 형법에 살인죄라든가 과실치사죄라든가 이런 게 성립이 된다는 의미이고요.]
유족은 두 명의 가족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괴로워하지만 가해자는 한 명의 생명을 앗아간 데 대해서만 처벌을 받는 겁니다.
[남편 : 조리원도 예약했었고 양말이나 옷가지들을 많이 선물 받았고… 이제 이런 게 다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 거죠. 저는 이제 둘을 동시에 잃었는데 실제 처벌은 한 명만 된다고 하니까 이 부분이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신동환 영상편집 박주은 영상디자인 신재훈]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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