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년 코로나19 입원 환자 비교/그래픽=이지혜 |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재유행 조짐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전년 동기간 대비 코로나 입원 환자가 2배쯤 높게 유지되는 등 '경고 신호'가 뜨고 있다. 그러나 저조한 접종률을 이유로 코로나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인 백신 예산은 20%나 삭감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방역 정책마저 '돈의 논리'로 따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는 44주차(10월 26일~11월 1일)에 199명으로 43주차 178명 대비 11% 증가했다. 10월 초(41주차)부터 최근 4주간 입원 환자가 219명 → 195명 → 178명 → 199명으로 2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41주차 이후 4주간)에는 116명 → 106명 → 79명 → 91명으로 올해 입원 환자가 2배 이상 많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 수가 9월 대비 1만9000명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나마도 일부만 표본 감시하고 있어 유행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WHO 관계자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감시는 이뤄지고 있지만 예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양상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집단적 기억상실증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20년 11월 서울 중구 시청도서관 외벽에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코로나19는 매년 변이를 거듭하고, 이에 따라 유행 규모를 예측하기 까다롭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도 올해 11주 연속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증가하는 등 이례적인 '여름 유행'이 있었다. 9월 초까지 거의 3개월간 입원 환자가 증가하며 37주차(9월 7~13일) 병원급 입원 환자가 460명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은 아직도 위협적이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전년보다 2개월이나 빠르게 발령됐지만 44주차 호흡기 질환 입원 환자의 원인 바이러스 1위는 코로나19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독감의 3배에 달했다. 감염 후 한달 내 사망률은 코로나19가 약 6%, 독감이 약 3.7%로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9월 사망한 고(故) 전유성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작년 코로나19 감염과 이로 인한 후유증에 건강상 문제를 겪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코미디언 전유성은 지난 9월 25일 밤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별세했다. 폐기흉 증세가 악화돼 최근 전북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사진=(서울=뉴스1) |
하지만 코로나19를 예방할 '유일한 무기'인 백신 예산은 되레 삭감될 처지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2022~2023년 39.3% → 2023~2024년 41.3% → 2024~2025년 47.8%로 증가 추세다. 반면 내년도 백신 예산은 결산 연도인 2023~2024년 접종률 42%를 '기준'으로 잡아 올해 2200억원보다 20%가량 감소한 1700억원대로 편성됐다. 지난 절기 접종률(48%)도, 증가 추세도 반영하지 않았다.
독감이 10년 새 최대 규모로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코로나 백신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경우 두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으로 국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백신 예산은 의료비 절감, 의료체계 부담 완화, 생산성 유지 등 사회경제적 효과를 감안해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방역만큼은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WPRO 환경보건·건강증진국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서울=뉴스1 |
질병청은 내년도 코로나19 예산이 65세 이상 접종률 42% 기준으로 편성돼 최근 접종률 증가 추세를 감안할 경우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코로나 백신이 2년(당해 겨울~다음 해 봄)에 걸쳐 접종받고 예산도 연도별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예산 부족으로 실제 예방접종을 못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질병청은 "접종 상황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물량이 부족하면 제약사와 협의해 백신 추가 구매 등을 통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예방접종 예산은 수 천억원대 규모로 접종 기준을 몇 %로 잡느냐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 안정적인 접종을 위해 국회와 재정 당국과 협의해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줄고 백신에 대한 공포와 의심이 큰 것이 낮은 접종률의 이유"라며 "방역 당국이 미국처럼 감염 상황과 백신 효과 등을 실시간 방송으로 대중에 공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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