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m 고층 개발 두고 "경관 보존" "낙후 도심 개발" 목소리 분분
정부와 서울시가 ‘종묘 앞 고층빌딩’을 두고 공방을 벌인 뒤 첫 주말인 9일, 시민들의 시선도 엇갈렸다. 서울 종로구 종묘를 찾은 백진헌(71)씨는 종묘 정전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종묘의 매력 중 하나는 크게 자란 숲 위로 하늘이 바로 보이는 공간이 도심 안에 있다는 점인데, 큰 건물이 숲 위로 올라온다면 그 느낌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변 주민들의 반응은 좀 더 조심스러웠다. '종묘 앞 고층빌딩' 부지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은 2023년 초 철거를 완료한 후 이후 2년 넘게 가림벽으로 둘러싸인 채 방치돼 있다. 인근 한 상점 주인은 "고층 빌딩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세운상가 주변은 너무 낙후됐다"며 "(세운4구역은) 이미 공터가 돼 버린 곳이니 어떻게든 용도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종묘 앞 고층빌딩'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정면 대결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논란은 서울시가 지난 10월 30일 종묘 일대와 인접한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 제한을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상향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하면서 본격화됐다. 국가유산청은 즉각 반발했고 7일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차례로 종묘를 방문해 서울시의 '일방 행정'을 비판했다.
종묘 정전 앞 상월대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바라본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
정부와 서울시가 ‘종묘 앞 고층빌딩’을 두고 공방을 벌인 뒤 첫 주말인 9일, 시민들의 시선도 엇갈렸다. 서울 종로구 종묘를 찾은 백진헌(71)씨는 종묘 정전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종묘의 매력 중 하나는 크게 자란 숲 위로 하늘이 바로 보이는 공간이 도심 안에 있다는 점인데, 큰 건물이 숲 위로 올라온다면 그 느낌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변 주민들의 반응은 좀 더 조심스러웠다. '종묘 앞 고층빌딩' 부지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은 2023년 초 철거를 완료한 후 이후 2년 넘게 가림벽으로 둘러싸인 채 방치돼 있다. 인근 한 상점 주인은 "고층 빌딩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세운상가 주변은 너무 낙후됐다"며 "(세운4구역은) 이미 공터가 돼 버린 곳이니 어떻게든 용도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민석(앞줄 가운데) 국무총리가 허민(왼쪽) 국가유산청장, 유홍준(오른쪽)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종로구 종묘를 방문, 외부 조망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종묘 앞 고층빌딩'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정면 대결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논란은 서울시가 지난 10월 30일 종묘 일대와 인접한 세운4구역 건물 최고 높이 제한을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상향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하면서 본격화됐다. 국가유산청은 즉각 반발했고 7일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차례로 종묘를 방문해 서울시의 '일방 행정'을 비판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전면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 정전에서의 시야와 경관이 훼손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근거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청계천 남쪽 세운3구역에 있는 27층짜리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은 종묘 정전에서는 숲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수준이다. 이보다 종묘에 더 가까운 4구역에 145m 높이 건물이 들어서면 정전 왼편 숲 위로 건물이 드러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앞서 유네스코는 1995년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했다. 최근 세운재개발지구의 개발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는 권고도 했다. 시민단체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4구역의 고도 상향은 종묘 상월대 경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할 위험 요소"라며 "서울시 사대문 안의 역사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에서 열린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현장 브리핑에서 주변 전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조례상 국가지정문화유산 100m 이내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바로 밖에 해당해 유산청과의 협의나 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8년 문화재위원회(현재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결과를 반영해 세운4구역의 고도를 55~72m로 제한했지만, 이 때문에 수익성 부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적 근거'를 앞세운 이번 고도 상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종묘에서 남산까지 '녹지축'을 조성하는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 일대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이라면서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세운4구역 주민들은 새 개발 계획이 종묘 경관을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종묘에 가까운 종로변 건물의 높이를 낮춰 유산 주변 고도 기준인 앙각(지표면 일정 수준 위에서 올려다봤을 때 건물의 높이) 27도를 준수했고, 종로변 건물 최상층에 창경궁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숲을 볼 수 있도록 전망공간과 박물관을 세우겠다는 제안도 포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제 지역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경관 저해가 없도록 기준을 적용해 고시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문화계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대화로 풀되, 최소한의 논의 기반으로서 유산영향평가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유산위원회 논의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도시경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했기 때문에 합의로 풀어야 한다"면서도 "그걸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와 심의 절차가 있는데, 서울시가 이마저도 회피하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