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정성호 장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문제 없다···검찰, 정치 사건 그만 매달려야”

경향신문
원문보기

정성호 장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문제 없다···검찰, 정치 사건 그만 매달려야”

서울맑음 / -3.9 °
“직접 지시 안 했다”면서도 부정적 의견 전달 인정
법조계 안팎 “사실상 수사지휘권 발동 인식 가능”
10일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10일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종합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대장동 민간업자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피고인들의 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높아 항소의 실익이 없다는 기존 법무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정 장관은 “직접 지시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에 항소 관련 의견을 밝힌 사실은 인정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대장동 사건에 대해 장관이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10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 관련해서는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구형량보다 판결 선고량이 더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검찰로부터 항소 방침을 보고받고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통상 중요 사건 관련해선 검찰 통해 보고가 온다”며 “법원 선고 후 보고를 받았고, 이후 (항소 방침을 보고받고) 좀 신중하게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사건에 검찰이 매달려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판단했다”며 “양형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계속 가져간다고 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냐 그런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장관은 검찰에 직접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취임한 뒤 사건과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직접 통화한 적이 없다”며 항소에 신중하란 의견은 법무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 취임 후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지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며 “과거에 보면 사실상 구체적 지휘를 해왔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윤석열 전 대통령 징계 사건에 대해 침대 축구 하듯 해서 패소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장동 사건 수사를 해 온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지난 8일 검찰 내부망에 “대검에서 내부적으로도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한 후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를 했고, (법무부) 검찰과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 필요성 판단을 보고했으나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적었다.

정 장관은 강 검사의 주장에 대해 “수사팀의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수사팀이 의심스럽다”며 “수사팀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구형한 형량보다 형량이 더 많이 나왔다. 유 전 본부장에게 약속했던 형보다 더 많이 나와서 (항소하려) 한 거 아니냐 이런 의심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항소에 신중하란 의견을 전달한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이 사건과 이 대통령이 무슨 관계가 있냐”면서 “이 재판과 관련해서도 법원에서 분명히 대통령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설시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 “일선 검사들이 본래 맡았던 검찰의 임무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며 “가진 수사권의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공소유지를 잘해서 범죄자들이 잠 못 들게 하는 그런 역할에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정 장관이 항소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사실상 그의 의견 제시를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A변호사는 정 장관의 의견 제시에 대해 “수사지휘권 행사라고 볼 수 있다”며 “수사지휘권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법적·정무적 책임을 묻는 것과 거리가 있는 방법으로 장관이 개별사안에 의견을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