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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I 대전환' 조직개편 초읽기…JY 등기이사 복귀 촉각

이데일리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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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I 대전환' 조직개편 초읽기…JY 등기이사 복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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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인사 태풍 전운]
정현호 용퇴에 이재용 '뉴삼성' 밑그림 임박
이달 연말 인사, 예년보다 큰 조직개편 예고
재무·기술 겸비한 박학규, 미래 먹거리 보좌
반도체와 완제품 중심에 'AI' 두고 전략 짤듯
내년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 여부 촉각
[이데일리 김정남 김소연 공지유 기자] “과거 디지털 대전환 시기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이 있었다.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AI 대전환 시대에 맞는 큰 그림과 실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

“AI,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산업을 융합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단기 실적보다는 10년 뒤를 내다보는 전략적인 경영이 필요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8년간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을 맡았던 정현호 부회장이 후진 양성을 위해 용퇴하자, 외부 전문가들이 내놓은 제언들이다. 지난 10년간 이 회장을 옥죈 사법 리스크가 사라진 데다 실적 측면에서 정상화 조짐이 보이는 만큼 이 회장이 그립을 더 강하게 쥐고 ‘뉴 삼성’ 청사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용식(式)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 것) 전략’의 핵심은 AI가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김용석 석좌교수는 “특히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하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우위를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개편되면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것”이라며 “AI 쪽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재무·기술 겸비한 박학규 실장

이같은 관측 속에 과거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리는 게 올해 삼성의 연말 인사다.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이 회장이 미래 사업만 보며 단행하는 첫 인사여서다. 삼성은 이르면 이번달 중순, 늦어도 이번달 하순 사장단·임원 정기 인사를 실시한다. 지난해(11월 27일)보다는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게 유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무엇보다 박학규 신임 사업지원실장 사장을 비롯해 최윤호 전략팀장 사장, 주창훈 경영진단팀장 부사장, 문희동 피플팀장 부사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박 사장은 과거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컨트롤 타워에서 요직을 거치며 그룹 전체를 보는 전략적인 안목을 몸으로 익힌 인사다. 게다가 삼성전자 내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에 모두 몸담은 경험도 있다. 추후 삼성의 주력 사업들과 그외 계열사을 조율하며 그룹 내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인사는 “사업지원실은 이번 인사는 물론이고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 사장은 특히 재무·경영뿐만 아니라 기술에도 밝은 인사로 손꼽힌다. 박 사장은 학부 시절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좋아했다. 그래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문과생이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였던 카이스트 경영과학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박 사장은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장을 역임한 이재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도체·완제품 사업 중심엔 ‘AI’

반도체(DS)부문은 전영현 부회장의 유임이 유력하다. 다만 경쟁사에 뒤처진 메모리 기술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 직책은 떼고 미래 먹거리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 납품에 이어 내년 6세대 HBM4 공급 역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차세대 HBM 전략은 ‘후배’ 메모리사업부장에게 넘겨주고 전 부회장은 AI 시대 들어 ‘제2의 HBM’ 찾기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새 메모리사업부장에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 등의 하마평이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이 지난해 9월(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이 지난해 9월(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IFA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경영진단을 받은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의 경우 소폭 조직개편이 있을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DX부문 MX사업부 등과 협업을 더 용이하게 하는 방향일 가능성이 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천명한 만큼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협업 등을 볼 때 테슬라 외에 추가적인 빅테크 위탁생산 수주가 이어질 수 있다”며 “세계적인 대규모 AI 투자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완제품을 총괄하는 DX부문 역시 AI가 중심에 있다. 갤럭시 AI폰 흥행을 이끈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대행을 떼고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그가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각종 웨어러블 기기, TV, 가전 등에서 중국을 따돌리려면 AI 고도화 외에는 해답이 마땅치 않다는 절박함이 삼성 내부에 팽배하다. ‘삼성 생태계’ 전략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내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이사회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