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현장서 구조 기다리던 40대 매몰자 시신 수습

구조 중 숨진 40대, 사망 이틀 만에 수습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은 여전히 매몰

9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세 번째 수습된 사망자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에서 매몰자 중 유일하게 의식이 있었으나 구조 과정에서 숨진 사망자의 시신이 9일 수습됐다.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5분쯤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현장에서 매몰자 김모(44)씨의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 매몰 위치와 생존을 확인한 유일한 노동자다. 발견 당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지만 구조가 늦어지면서 사고 이튿날인 7일 새벽 4시 53분쯤 숨졌다. 팔 부위가 잔해에 끼어 사망 후에도 수습이 늦어졌다.

이로써 김씨를 포함한 사망자 3명의 시신은 모두 수습됐다. 사망이 추정되는 2명은 매몰 상태, 작업자 2명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오전 8시 10분부터 무인기(드론)를 띄워 현장 수색을 진행한 뒤 시신을 수습했지만 구조대원은 아직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5시 25분쯤 붕괴한 타워 5호기에 부착한 기울기 감지 장치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추가 붕괴를 우려해 현장 인력을 철수시키고 구조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야간에 내린 비와 현재 불고 있는 바람, 사고 발생 전 진행된 취약화 작업(철거 시 한 번에 쉽게 무너질 수 있도록 기둥과 철골 구조물 등을 미리 잘라놓는 것)을 고려할 때 붕괴 위험성이 높아 내부 수색은 위험하다는 구조기술사 의견이 있었다"면서 "4·6호기 발파를 위한 취약화 작업 전 일부 인력을 투입해 시신만 수습했다"고 말했다.

구조의 걸림돌로 지목된 4·6호기 철거를 위한 사전 작업은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4호기는 취약화 작업이 100% 완료됐고, 6호기는 약 75% 정도 이뤄졌다. 취약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발파 시 5호기나 대형 굴뚝 쪽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작업 인력은 이르면 이날 투입될 수 있다. 타워 발파로 배관이 폭발하는 등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현장 인근을 지나는 LNG 배관에는 질소를 주입해 배관을 비우는 '퍼징(purging) 작업'도 병행한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울산=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