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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수색’에 발 동동…“서둘러달라 애원하는 가족들에 구조대원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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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수색’에 발 동동…“서둘러달라 애원하는 가족들에 구조대원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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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들이 7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동자를 옮기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구급대원들이 7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동자를 옮기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7일 울산 남구 남화동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된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참혹했다. 전날 오후 60m 높이의 구조물이 수초 만에 힘없이 내려앉으며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석면과 유리섬유 등이 뒤엉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안전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다’는 현장의 현수막이 무색해 보였다.



붕괴 초기에 구조된 노동자 2명을 제외하고 장시간 매몰된 7명 가운데 이날 저녁 7시 현재 2명이 숨지고 5명이 매몰된 상황이다. 매몰자 5명 가운데 위치가 확인된 3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노동자는 2명이다. 앞서 매몰자 가운데 김아무개(44)씨는 구조 작업 중이던 7일 새벽 4시53분께 현장에서 숨졌고, 다른 2명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여전히 매몰돼 있다. 이날 오전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된 이아무개(61)씨와 전아무개(49)씨도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음향탐지기, 매몰자탐지기, 열화상카메라, 내시경카메라 등 장비 183대와 인력 881명을 동원해 매몰자를 찾고 있다. 현장에는 타워가 무너지면서 대형 철판, 철근 등이 쌓여 있어 구조대원들이 손으로 직접 장애물을 절단하거나 제거하면서 수색 중이다. 전날 매몰자가 발견된 곳도 규모가 큰 구조물이 쌓여 있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사고 현장은 추가 붕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날부터 대기 중인 크레인과 굴착기 등 대형 장비를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당국은 최대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를 수색한 뒤 대형 장비 투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구조대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장애물을 헤쳐가며 구조할 수밖에 없다. 김정식 울산남부소방서 예방안전장과장은 “내부 공간이 협소해 한꺼번에 많은 대원이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구조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 붕괴 위험으로 구조인력도 쉽사리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구조인력의 안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해체 작업 전문가들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구조물 검토 등 기술지도를 진행하는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추가 붕괴) 판단을 하기 힘들어 전국에서 발파작업하는 분들, 기술자들 다 모여서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추가 붕괴 위험을 잘 알지만 매몰 노동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애타는 가족들이) 철골을 다 들어내라고 울먹이고 구조를 서둘러달라고 애원한다. 이 모습을 본 대원들은 울면서 구조하러 들어간다”고 말했다.



붕괴된 5호기 타워 양옆에 있는 4·6호기 안정화 작업도 보류됐다. 이날 오전 구조안전기술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상황판단회의에서 “안정화 작업 중 2차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4·6호기 역시 쉽게 무너뜨리기 위해 기둥 등을 잘라내는 취약화 작업을 진행한 상태다.



김정식 과장은 “매몰자를 구조하는 중에 2차 사고가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드론 등을 활용해) 최대한 매몰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오후 2시2분께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높이 60m짜리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노동자 9명을 덮쳤다. 이 가운데 2명은 사고 발생 21분 만에 구조됐다.



김규현 박태우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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