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사 국방부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뉴스1 |
한·미 국방수장이 지난 4일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당시 합의했지만, 발표를 미루고 있는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원하는 미국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동북아 평화·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전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202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한·미 SCM 공동성명에 담겼던 '현재의'(current) 주한미군 전력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빠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공동성명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미 국방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SCM을 앞두고 지난 3일 열린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 결과 자료에 처음으로 담긴 "동맹의 연합 억제력은 한반도를 넘어(beyond) 역내 억제력에 기여한다"는 표현과도 맥이 닿아있다. 주한미군 역할이 향후 대북 방어에서 대중·대러 견제 역할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에 열린 SCM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안규백 장관과 함께 우리가 직면한 위협들(threats)을 직시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이 한반도에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대북 방어는 한국군에 맡기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투입하는 걸 검토하는 미 측 구상을 반영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이번 성명에선 북한을 직접 겨냥한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지난해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중략)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한 2023년 공동성명과 비교해보면 메시지 톤을 조절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기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지난달 29일 양국 정상 간 논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된 이후에 SCM 공동성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영교·심석용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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