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백화점 입점에 '시끌'…"프랑스 패션 모욕" vs "논쟁 자체가 사치"
쉬인 입점 반대 플래카드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자 패스트패션 업체인 쉬인이다.
쉬인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심장부인 시청 맞은편 BHV 백화점에 세계 첫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열었다.
쉬인의 도널드 탕 회장은 '왜 파리인가'라는 질문에 "패션의 수도이자 현대 백화점의 발상지인 프랑스와 파리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쉬인이 표한 경의는 프랑스인들에겐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랑스 여성기성복 협회는 지난달 성명에서 쉬인과 손잡은 BHV의 모기업 소시에테데그랑마가쟁(SGM)이 "직원, 고객, 그리고 프랑스 패션계 전체를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쉬인은 주로 유럽 기준엔 맞지 않는 열악한 노동 환경, 저가 대량 생산에 따른 환경 오염, 과소비 조장 등 윤리적 문제로 비판받아 왔다.
여기에 최근엔 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졌다.
쉬인 사이트에서 어린이처럼 보이는 성인용 인형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랑스 사회 전체가 본격적으로 '쉬인 때리기'에 나섰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5일 예정대로 BHV 백화점에 쉬인 매장이 문을 열자 백화점 앞은 매장에 들어가려는 고객들과 쉬인을 규탄하는 시위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위 현장에 나온 사회당 소속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시장 선거 후보는 "이 제품들이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는지 아느냐고 묻기 위해 왔다"며 "BHV는 악마와 거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파리 쉬인 매장에서 의류 구매한 남성 |
시위대의 야유를 받으며 매장 입장 대기줄에 서 있던 한 50대 여성은 그러나 "모두가 중국산 옷을 입는다. 대중적인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라고 반응했다. 쉬인 제품뿐만 아니라 '메이드인 차이나'가 써진 다른 의류들 역시 생산 과정은 비슷할 것이란 취지다.
이를 모르지 않을 프랑스인들이 쉬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건, 쉬인이 스페인 자라나 스웨덴의 H&M과 달리 중국 브랜드라서다.
여기엔 중국 브랜드에 프랑스 패션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경제적 우려가 깔려 있다. 유럽이 최근 강조하는 '전략적 자율성' 측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는 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쉬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격한 반발에선 이 사회에 내재한 문화 우월주의도 엿보인다.
여성기성복 협회가 "프랑스 패션계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옷도 예술 작품이라고 여기는 프랑스 패션계에서 볼 때, 수천 대의 재봉틀에서 찍어낸 중국산 저가 의류의 시장 침투는 용납할 수 없다. 그야말로 "감히 어디"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계층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패션이니 책임 있는 소비니 하는 논쟁은 사치일 수 있다.
쉬인 매장 입장을 기다리던 한 20대 여성은 시위 현장에 나온 정치인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쉬인에서 옷을 살 일이 없지 않으냐"
이 한마디에 쉬인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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