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대통령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자신을 성추행한 취객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 당선된 첫 여성 대통령이기도 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나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겪는 일”이라며 법적 조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4일 소셜미디어 등에는 시민과 인사를 나누던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술에 취한 남성이 다가와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영상이 널리 퍼졌다. 대통령궁에서 교육부 청사로 도보로 이동하던 셰인바움 대통령은 반가워하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였다. 뒤에서 다가온 이 남성은 셰인바움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그 외에도 지나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당황하지 않고 굳은 미소를 유지한 채 남성의 손을 밀어냈다. 경호원이 급히 달려와 이 남성을 제지했다. 성추행 피의자는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이 퍼지면서 멕시코 현지 언론 등에선 대통령 경호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겨냥한 범죄 조직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는 범죄 조직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던 현직 시장이 거리에서 피살되는 사건도 있었다. (▶관련 기사 보기 : ‘범죄와의 전쟁’ 주도 멕시코 시장, ‘망자의 날’ 축제서 총격 사망) 폭력 범죄가 잇따르며 셰인바움 대통령은 공공 치안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왔다.
5일 셰인바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남성을 형사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내가 여성으로서 겪은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여성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며 “내가 고소하지 않는다면, 멕시코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남겨지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재임하던 동안에도, 어린 시절 대중교통에서 겪었던 추행 경험이나 학생 시절 교수에게 성적인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 등을 털어놓은 바 있다. 또 이 일로 인해 신변 안전 문제가 제기됐지만, 앞으로도 거리를 걷고 시민과 만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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