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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거리에서 성추행 당했다…“경호원은 대체 뭘했나” 이 나라 민심 폭발

매일경제 한상헌 기자(arie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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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거리에서 성추행 당했다…“경호원은 대체 뭘했나” 이 나라 민심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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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
길에서 30대 취객에게 성추행 피해
셰인바움 “모든 여성들 위해 고소”
CNN “멕시코 내 공직자 보호 체계 의문”


지난 10월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0월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멕시코 첫 여성 국가수반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길에서 남성 취객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외신들은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내세운 당사자였던 셰인바움 대통령이 성추행을 당하자 대중들이 크게 분노했다며, 멕시코 고위 정치인에 대한 경호 문제도 지적했다.

5일(현지시간) CNN과 멕시코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제 대통령궁에서 교육부 청사로 걸어가던 중 누군가 제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데, 완전히 취한 상태였음을 감지했다”면서 “그는 (제게) 범죄를 저질렀고, 모두를 위해 그 남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 등에 따르면 33세인 성추행범은 당일 밤 체포돼 멕시코 성범죄 수사대에 구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날 오후 수행원과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연방 교육부 청사로 걸어가던 중 시민들과 인사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가 성추행당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영상에는 한 남성이 셰인바움 대통령 뒤쪽에서 접근해 대통령 목덜미에 입을 가져다 대고 신체 부위를 손으로 만지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뒤늦게 남성을 제지하는 와중에 대통령이 미소를 유지한 채 놀란 장면도 확인된다.

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 인근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한 남성 취객이 접근하는 모습 <사진 캡쳐=가디언>

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 인근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한 남성 취객이 접근하는 모습 <사진 캡쳐=가디언>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모든 여성이 겪는 일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고소하기로 결정했다”며 “그 어떤 남성도 여성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국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경계를 강화하거나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CNN은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 분노를 촉발했다”며 “공공장소에서 여성에 대한 성추행과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작년 6월 선거에서 승리하며 멕시코 1824년 헌법 제정 이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멕시코는 세계적으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나라로 꼽히며 여성의 사회적 권리 보장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과 현지 언론들은 대통령 경호 체계에 대해 크게 비판했다. 또, 더 강경한 방식의 치안 정책 채택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 사건은 멕시코 시장이 잔혹하게 암살된 지 며칠 만에 발생한 것으로 공직자에 대한 경호 수준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세인바움은 여성 폭력 근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여성 문제에 대한 뚜렷한 진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마약 밀매·청부살인 등 범죄를 일삼는 카르텔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에 더 강한 대응을 촉구하던 카를로스 만소 멕시코 미초아칸주 시장이 피살된 이후, 시민들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경찰 등을 성토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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