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근 외국인 선수 제도를 바꿨다. 다음 시즌부터 K리그(1·2)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으로 보유할 수 있다. 단, 경기당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제한된다. K리그1에선 최대 5명의 외국인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 기존 4명에서 1명 늘어났다. K리그2는 4명으로 유지된다.
K리그1에선 공통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은 “K리그1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였다”고 짚었다. 이어 “이제부터가 고민이다. 구단별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생각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K리그1에선 공통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은 “K리그1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였다”고 짚었다. 이어 “이제부터가 고민이다. 구단별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생각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
FC 서울 김기동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
FC 서울 김기동 감독은 “일본에선 진작 외국인 선수 제한을 풀었다”며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선수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덧붙여 “우리 구단도 투자하겠지만, 예산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한국 선수들의 연봉이 많이 올라간 상황이다. 그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한다고 했을 때 좀 더 검증된 내국인 선수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일본에선 내국인 선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팀이 많다. 우리도 내국인 선수가 발전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
광주 FC 이정효 감독은 ‘MK스포츠’에 조심스러운 생각을 전했다.
이 감독은 “3~4년 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외국인 선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조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보면, 구단 규모에 따른 격차가 더 벌어질 것 같다.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라고 했다.
축구계가 외국인 선수 보유 확대를 반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시장 규모에 비해 매우 크게 높아진 내국인 선수들의 몸값을 꼽는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선 “잘하는 선수들은 그에 맞는 연봉을 받는 게 맞다”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A, B란 두 명의 선수가 있다고 치자. 둘의 기량은 아주 비슷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런데 A란 선수가 어느 특정 팀 소속이란 이유로 B보다 훨씬 더 큰 연봉을 받는다. 그러면서 B도 A만큼의 연봉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
K리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를 활용할 수 없는 김천상무 정정용 감독은 ‘MK스포츠’를 통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팀들은 당연히 더 많은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우리가 맞춰가는 게 맞다”고 짚었다.
정 감독은 덧붙여 “우린 상대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겐 더 성장할 기회이기도 하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가 늘어난다면, 그들과 경쟁하면서 큰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까닭”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수 확대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요인, 반드시 짚어봐야-
사진=연합뉴스 제공 |
K리그1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이야기처럼 외국인 보유 확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특히나 K리그1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감독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한 내국인 선수들의 몸값이다.
최근엔 선수단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교체 자원의 몸값까지 놀라울 정도로 뛰어올랐다. 특히, 국가대표팀 발탁 경험이나 일본, 중국 등 국외 경험이 있으면 선수들의 몸값은 더 올라간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선수들의 연봉을 접해 듣고 황당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K리그는 시장 규모에 비해 선수들의 몸값이 말도 안 되게 높다.
K리그1의 선수단 평균 연봉은 2024년 기준 3억499만5000원이다. 지난해 K리그2의 평균 연봉은 1억 3070만 원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구단이 1983년 한국프로축구 출범 이후 한 해를 수익을 내면서 마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한국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의 우승 상금은 2025년 현재 5억 원이다. 2012년부터 쭉 5억 원이다.
유럽 빅리그처럼 중계권료가 프로축구단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구단은 여전히 모기업의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시도민구단은 지자체 예산에 의존해야만 생존한다.
구단 자체적으로 수익 활동을 시도하기엔 제약도 많다. 한 해 예산의 최대 80% 가까이가 선수단에 쓰이는 까닭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수익 활동을 위한 기획서를 올리면 반려되는 게 일상”이라며 “여전히 내려주는 예산 잘 쓰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 생각하는 게 K리그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단 연봉이 높아지는 건 구조상의 문제다. 시장의 흐름은 외면한 채 선수단 예산만 계속해서 늘려준다. 경제 상황이 어떻든 성적만 잘 내면 된다. 그리고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한다. 자생력을 갖춰가는 구단이 10년 전과 비교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프로축구는 지금도 산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팬들의 관심이 적은 구단일수록 ‘자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걸 너무 흔하게 접한다. 매해 제자리를 맴돌다 못해 감소하는 평균관중 수는 그들의 무능함과 무지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프로축구가 산업이라면, 팬 1명이 승점 1점보다 중요해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지원을 더해 줄 것이란 기대는 대단한 착각이다.
모기업이든 지자체든 축구를 잘하는 건 한순간의 기쁨일 뿐이다. K리그1에선 우승 상금 5억 원 외에 나가는 돈만 수두룩한 구조다. K리그에서 우승하거나 아시아 무대로 나아간다고 해서 기업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거나 지자체에 도움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이든 지자체든 축구단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려면, 구단이 자생력을 갖춰가면서 언젠가는 수익을 내야 한다. 수익을 낸다는 건 홈경기 때마다 수만 관중이 들어차고, 열기가 너무 뜨거워 매진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뜻한다.
‘축구만 잘한다’고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42년 K리그의 역사가 증명한다. 축구를 잘하는 건 더 많은 팬을 끌어모으는 하나의 방법이지 전부가 아니다.
2025시즌 K리그 공인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는 혈세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의 수가 기업구단보다 많다.
기업이 축구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수익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한 데다가 매력까지 없다는 뜻이다.
기업은 K리그에 투자하지 않는다. 1995년 수원 삼성 창단 후 등장한 기업 구단은 서울 이랜드, 대전 2개뿐이다.
대전의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은 한국 축구계와 아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하나은행은 대전의 시금고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이 오직 ‘축구가 매력적인 콘텐츠’여서 투자했다고 보기엔 큰 무리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온전히 K리그의 미래를 높이 평가해 이 시장에 뛰어든 건 이랜드 하나란 얘기다.
K리그 살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축구계는 이런 문제를 혈세로 메운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세금 없이 운영될 수 없는 구단은 절반인 6개다. K리그2 14개 구단 가운데선 무려 10개 구단이 지자체 지원 없인 운영이 불가하다.
일각에선 ‘혈세 얘기를 듣기 싫다’고 한다.
간단하다. 구단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매해 말 시의회에 나가 ‘지원을 더 해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프로축구단에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 보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시도민구단의 수익화 사례가 생겨날 것이고, 언젠가는 지자체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하는 날도 온다.
물론, 꿈같은 얘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는 절대 돈이 없는 리그가 아니다. 돈은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
다만, 그 돈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다.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 천정부지로 치솟은 내국인 선수 몸값 등으로 축구계가 고민해야 할 건 ‘한 해 예산을 어떻게 활용해야 진짜 한국 축구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지’다.
더 쉽게 말해, ‘있는 돈을 팀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쓰느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네 돈이라고 내 이익만 바라는 데 한국 축구가 발전할 리가 있나.”
축구계에서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꽤 자주 듣는 말이다.
[대전, 광주,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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