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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우승 이끈 포옛 감독 "K리그1은 지도자 인생 가장 큰 업적"

중앙일보 피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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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우승 이끈 포옛 감독 "K리그1은 지도자 인생 가장 큰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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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소감을 밝히는 포옛 감독(가운데). 사진 전북 현대

우승 소감을 밝히는 포옛 감독(가운데). 사진 전북 현대


우승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포옛 감독(왼쪽)과 주장 박진섭. 연합뉴스

우승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포옛 감독(왼쪽)과 주장 박진섭. 연합뉴스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거둔 가장 큰 업적이다."

거스 포옛(58·우루과이) 전북 현대 감독은 올 시즌 성과를 이렇게 자평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K리그1 10위까지 추락하며 창단 이래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명예 회복을 벼르던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옛 감독을 데려오며 승부수를 띄웠다. 구단의 선택은 적중했다. 전북은 지난달 18일 수원FC를 2-0으로 완파하고 33경기(총 38라운드) 만에 일찌감치 4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확정했다. 포옛 감독이 1부리그에서 맡은 팀을 우승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 주장 박진섭. MVP 후보다. 연합뉴스

전북 주장 박진섭. MVP 후보다. 연합뉴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승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포옛 감독은 "전북에 부임하기 전에 지난 시즌 마지막 석 달 동안 치른 경기들을 영상으로 복기했다. 선수들이 강등에 대한 압박감으로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면서 "올 시즌 우승해냈다. 선수들의 헌신과 노력에 가장 고맙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감독을 지냈던 포옛은 최근 그리스 대표팀을 맡았으나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지도자로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에도 올랐지만, 홍명보 감독에게 밀렸던 그가 올해 전북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를 유럽 구단들이 모셔가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포옛 감독은 "지난 6월에 연락이 있긴 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승이 가까운 상황이었고, 거절했다. 지금은 아무 제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전북과 계약이 남아있다. 프리시즌도 이미 준비돼 있다. 난 두 번째 트로피(코리아컵)를 들어 올리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이승우. 연합뉴스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이승우. 연합뉴스


K리그1 챔피언 전북은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 참가한다. 포옛 감독은 K리그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행정적,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가 다시 '아시아 리딩 리그'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더 좋은 상태에서 국제대회에 나갈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포옛 감독은 이날 동석한 주장이자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진섭(30)을 시즌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공격수 전진우와 이승우, 수비수 김영빈 등도 잘했지만, 박진섭은 누구보다도 좋은 기세를 꾸준히, 시즌 내내 보여줬다. 이기려는 열망을 보여줬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박진섭 같은 리더는, 전 세계 어느 팀에 가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섭은 올 시즌 33경기에 출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 공격의 1차 저지선이자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박진섭은 "(MVP) 수상 여부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후보로 오르면 선수로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옛 감독과 박진섭 감독에 이어 전북 공격수 이승우(27)도 행사에 참석했다. 아쉽게도 그는 올 시즌 두각을 보이지는 못했다. 22경기에 나서 3골 1도움에 그쳤으며 뛴 경기 대부분을 교체로 소화했다.포옛 감독은 자존심 강한 스타인 이승우가 팀을 위해 자신을 낮춘 점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올 시즌 K리그1 우승 확정 뒤 여러 차례에 걸쳐서 했다.

이승우는 "물론 감독님에게 좋은 감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화도 났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결국에는 저 자신이 컨트롤하고, 준비를 잘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승우는 여름에 다른 팀으로 이적할 생각도 했다. 스페인어로 직접 소통이 가능한 포옛 감독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결국 전북에 남아 우승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나에겐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매일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선수들이 저를 도와줬다"면서 "잔류와 이적을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에 남아서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이어 "전북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팀이다. 이 팀에 오면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는데, 1년 만에 목표가 이뤄져서 기쁘다. 매년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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