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후속 규제로 ‘보유세 인상’을 언급하는 정부 인사들이 속속 나오면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조세제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만으로는 오르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오히려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5일 조선비즈가 부동산·세무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모두 보유세 인상 만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오히려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전가로 이어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8명은 현재 재산세·종부세를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절반은 보유세 인상 시기로 내년을 언급했다.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보유세 산정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했다.
5일 조선비즈가 부동산·세무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모두 보유세 인상 만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오히려 세입자에 대한 임대료 전가로 이어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8명은 현재 재산세·종부세를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절반은 보유세 인상 시기로 내년을 언급했다.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보유세 산정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가 동의했다.
그래픽=손민균 |
◆‘보유세 인상→임대료 상승→집값 상승' 가능성… “매물 출하가 우선”
전문가 10명은 모두 보유세만 올려서는 집값 안정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히면서 ‘보유세 인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된 보유세 인상 조치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던 학습 효과가 작용할 것으로 봤다.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을 최고 6.0%,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렸지만 바로 다음 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7% 감소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공시 가격도 시세의 90% 수준으로 올랐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다주택자들도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민심 악화와 더불어 상승·증여가 늘어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만으로는 집값 조정이 어렵다”면서 “주택 공급이 10~20년 걸리더라도 심리적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우선순위를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만 올렸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우려했다. 단기적으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보유세가 오른 만큼 전세 보증금, 월세를 올리게 되면서 세입자에 대한 ‘조세 전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주택 시장의 약자인 세입자가 보유세 인상의 무게를 짊어지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보유세 강화에 따른 세금 증가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면서 “과도한 주택 보유 부담은 내 집 거주를 어렵게 해 되레 주거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가 오르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상이 월세를 올려 세입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매매 가격에 반영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보유세 인상이 효과를 내려면 실효세율 1% 이상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부담이 커서 보유세를 대폭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실현 가능한 수준의 보유세 인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에 앞서 시장의 매물 출하를 유도하기 위해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현재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를 종료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지난 10·15 대책에서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나온 만큼 ‘매물 잠김’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세 완화 없이 보유세 인상만 단행된다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란 의견이다. 이 외에 수요 분산을 위한 지역균형 발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취득세·양도세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를 인상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재고주택의 자연스러운 회전은 세금을 통해 유도할 수 있으니 이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성을 유지해야 매물잠김 부작용을 덜 수 있다”면서 “세금 정책보다는 공급확대 속도를 높이고, 지방으로의 수요 분산을 위한 지역균형발전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보유세 조정에 대해 “전문가 의견이라든지, 연구용역이라든지, 관계부처 협의라든지 또는 국민적인 공감대 이런 걸 종합해서 할 계획으로 있다”고 했다./뉴스1 |
◆‘보유세 올려야 할까’ 의견 엇갈려… 인상시기는 절반 ‘내년’
‘보유세를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는 전문가들의 답변이 엇갈렸다.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와 ‘인상할 필요 없다’가 대다수였고,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현행 종부세는 2023년 개편된 것으로, 2주택자의 다주택 중과를 폐지하고 세율은 인하했다. 기본 공제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됐고, 여기에 1주택은 3억원의 추가 공제를 받아 총 12억원까지 공제받게 됐다.
전문가들 절반은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 수준으로 올리고, 그 다음 법 개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보유세를 늘리는 것이 시장 저항이 덜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액 현실화율을 올해와 같은 69%로 유지하기로 했다. 집값이 크게 오른 만큼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지난 2년 동안 정체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집값이 크게 상승한 해에 보유세를 강화하게 되면 정책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조세저항이 발생한다”고 했다.
김덕례 실장은 “부동산 세제개편은 취득세·보유세 등 거래세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충분한 검토 후에 주택에 대한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 인상은 현시점에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는 3명이었다. 보유세율이 2023년 조정된 만큼 이를 2~3년 만에 또 바꾸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유세를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동원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보유세는 순차적으로 집값 상승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박합수 겸임교수는 “보유세와 같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세금을 몇 년 되지도 않아 또 개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공시가액 현실화율을 80%로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게 적절하다. 오히려 양도세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지윤 교수는 “부동산 세제를 단지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재산세의 경우 서울의 주택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세율 조정 없어도 인상이 된다. 재산세를 높이면 순차적으로 월세, 전세가 올라가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 목표의 효과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큰 폭의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이 전문가 역시 보유세를 집값 잡는 수단으로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인상이 집값을 안정화 하는데 도움이 되려면 실효세율을 1% 이상 올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커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세제개편 논의가 나오는 만큼 보유세 인상 시기로는 내년을 지목한 전문가가 7명이었다. 이들 중 4명은 지방선거가 치뤄지는 내년 6월 이후 하반기로 그 시기를 예상했다. 선거를 앞두고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영광 연구원은 “현재 세제개편 용역을 올해 연말까지 정리한다고 했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 정도 가시화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서울 서초우체국에서 종부세 우편물이 분류되고 있는 모습./뉴스1 |
◆전문가 7명 “재산·종부세 통합해야”… “주택가액 기준 적절” 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재산세, 종부세로 이원화 돼 있는 보유세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10명 중 7명이 이를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고가주택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있는 만큼 폐지를 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만 거둬들여 세목 취지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탄생했다. 그전까진 지방세인 재산세로만 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물었지만 국세인 종부세가 추가된 것이다. 종부세가 국세로 결정된 것은 당시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강남 3구에 집중돼 있어 해당 지역에만 세금이 많이 걷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였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재산세 형식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 부담의 정도는 현재 재산세보다는 높고,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것보다는 낮게 설정해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보유세 구조를 통폐합하는 건 세금 구조를 단순·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보유세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지만, 전문가들 다수는 주택가액을 합산해 보유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다주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똘똘한 한채’ 현상이 강화돼, 특정지역으로 수요집중이 유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택가액 기준이 적절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박훈 교수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다주택자 중과는 상당히 부정적인 효과를 많이 일으킨다”면서 “다주택자에게 세금으로 수익을 빼앗는다는 입장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시장 왜곡을 일으킨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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