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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항공이모' 모집합니다"… 中 항공사 채용 공고 성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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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항공이모' 모집합니다"… 中 항공사 채용 공고 성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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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항공, 25~40세 여성 특정해 승무원 모집
"경험·공감 능력… 아이·노인 돌보는 데 도움"
누리꾼들 "전통적인 주부 연상, 무례한 표현"


중국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춘추항공의 승무원들. 춘추항공 페이스북 캡처

중국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춘추항공의 승무원들. 춘추항공 페이스북 캡처


"25~40세의 '항공 이모(Air Aunties)'를 채용합니다.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있으면 가산점도 있습니다."

중국 저비용항공사(LCC)의 여성 승무원 채용 공고가 현지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젊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승무원 직군에 나이 많은 여성을 채용하는 건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옹호론이 있는 반면, '항공 이모'라는 단어 자체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는 성차별적 용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춘추항공은 최근 30~60명 규모의 승무원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성별(여성)과 나이(25~40세)를 채용 조건으로 내걸면서 기혼·육아 여성에겐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해당 승무원 직군의 명칭을 '항공 이모'라고 규정했다는 점이다. LCC를 이용하는 가족 단위 여행 수요의 증가 추세를 반영, 어린이 관리 등에 특화된 승무원을 배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CMP는 "'항공 이모'의 인생 경험과 공감 능력은 어린이·노인 승객을 잘 돌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춘추항공 관계자의 설명을 전했다.




중국 춘추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 춘추항공 페이스북 캡처

중국 춘추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 춘추항공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거센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성별이나 나이를 전면에 내세운 채용 조건이 부적절할뿐더러, '항공 이모'는 나이 많은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은 7,0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항공사는 성별·나이와 상관없이 공통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며 '항공 이모'라는 용어를 문제 삼았다. 한 누리꾼은 "나이가 많고 결혼도 했다는 사실을 부각하는, 여성에게 무례한 용어"라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도 "이모라는 용어는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전통적인 주부상(像)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춘추항공은 "불편함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항공사에 따르면 이미 회사에 88명의 '항공 이모'가 근무 중이며, 이들 중 74%는 관리직으로 승진했다. 춘추항공 관계자는 "미혼 지원자와 구분하기 위한 용어일 뿐"이라며 "업무나 급여 등은 다른 승무원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