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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기 신도시 영구임대 재건축 시동…일산에 2032년 첫 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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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기 신도시 영구임대 재건축 시동…일산에 2032년 첫 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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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돌마을주공4단지 시범사업 지정
특별정비계획 수립 착수
원주민 재정착·사업비 조달 숙제


올해 초 한국일보가 방문한 경남 진주시 영구임대주택 가좌주공1단지 주방.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개보수)을 준비하느라 잠시 비워져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영구임대주택 재건축과 동시에 전국적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진주=김민호 기자

올해 초 한국일보가 방문한 경남 진주시 영구임대주택 가좌주공1단지 주방.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개보수)을 준비하느라 잠시 비워져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영구임대주택 재건축과 동시에 전국적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진주=김민호 기자


1기 신도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사업이 첫발을 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일산신도시 흰돌마을주공4단지 아파트를 시범사업지구로 지정하고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착공은 2028년, 입주는 2032년 예정이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LH는 고양시 일산동구 흰돌4단지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하는 용역을 곧 발주한다. 내년까지 주민 이주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 단지는 LH가 운영하는 영구임대주택(1,141호)으로 1995년 입주를 시작했다. 서울지하철3호선 백석역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지만 올해로 준공 30년이 경과해 기반시설이 노후하다. 당장 주차장 규모가 300여 대에 불과하다.

1기 신도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LH는 흰돌4단지를 시작으로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신도시에 산재한 영구임대주택 9곳(4,000호)을 차례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 있는 LH 공공임대주택은 13곳(1만3,000호)에 이른다. LH는 과업지시서에서 용역사에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각종 현안과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라"고 주문했다.

LH가 올해 초 개축한 영구임대주택 가좌주공1단지 아파트 내부. LH는 앞으로 리모델링하는 모든 일반형 임대주택을 이와 똑같이 꾸밀 계획이다. 김민호 기자

LH가 올해 초 개축한 영구임대주택 가좌주공1단지 아파트 내부. LH는 앞으로 리모델링하는 모든 일반형 임대주택을 이와 똑같이 꾸밀 계획이다. 김민호 기자


국토교통부는 영구임대주택과 민간 아파트가 혼합된 단지도 재건축에 착수할 방침이다. 민간 아파트 주민이 원하면 영구임대주택 소유자인 LH가 사업시행자로 나서 통합 재건축도 추진한다. 재건축 대상 혼합 단지는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몰려 있다. 국토부는 이들 단지는 늦게는 2033년 무렵에 원주민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입주가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은 민간 아파트 재건축보다 계획 수립이 까다롭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원주민 재정착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단 원주민이 사업장 주변 임시 거처로 이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후 단지를 쪼개 재건축하고 먼저 준공한 아파트에 원주민이 다시 입주하는 '순환 재건축' 방식이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수행한 원주민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자 88%가 재건축 후 재입주를 희망했다.

LH 내부에서는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역시 사업성 문제로 고민이 많다. LH 재정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사업비를 충당하려면 공공분양주택도 함께 건설해야 하는데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이미 200% 안팎이다. 영구임대주택 단지만 용적률 혜택을 주면 주변 민간 정비사업장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구임대주택은 재건축 후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종류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데 임대료가 훌쩍 뛰어 원주민 재정착이 어렵다.


LH는 정부가 사업비뿐만 아니라 임대료까지 일부 지원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동시에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해소할 묘수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LH 공공임대주택(87만7,648호) 중 37만5,260호가 준공 후 15년 이상이 지났다. 준공 후 20년 경과 주택(19만7,914호) 가운데 40%가 수도권에 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