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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 “한국과 FTA 1년…바나나서 반도체·전기차로 협력확장”

매일경제 김혜순 기자(hs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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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 “한국과 FTA 1년…바나나서 반도체·전기차로 협력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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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매일경제 인터뷰

필리핀은 인·태지역 중심거점
세계 물류·공급망 허브 잠재력
니켈 매장량 세계 6위 자원국

韓기업과 전기차·AI 등 협력
국가 인공지능전략 조속 실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판으로 양국이 농식품을 넘어 전기차, 반도체, 핵심 광물, 디지털 전환까지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필리핀의 FTA는 지난 2024년 12월 31일 발효해 올 연말 발효한지 1년이 된다. 지난해 양국 총교역은 132억 달러였고, 필리핀의 대한 수출은 36억 달러, 수입은 96억 달러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 필리핀 북부 루손 경제회랑(LEC)에 한국형 제조벨트를 만들고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내수 판매·역내 수출을 동시에 뒷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필 FTA가 양국 협력에 가져온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은

▷이번 협정은 필리핀의 세 번째 양자 FTA이다. 바나나와 가공 파인애플에서 추가 관세 인하를 확보했다. 필리핀산 바나나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무관세(0%)가 된다. 이러한 성과를 향후 서비스, 디지털 무역, 투자 부문으로 넓혀 한국 기업의 필리핀 내수시장 접근과 현지 투자를 함께 늘릴 계획이다. 더 나아가 전기차·반도체 제조, 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 가공, 보건·생명과학에서 산업·기술 협력을 강하게 추진할 생각이다.

-필리핀 경제의 구조적 강점은 무엇인가

▷필리핀은 인도·태평양에서 부상하는 지정학적 거점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긴 해안선이 제공하는 해상 무역·항만 기회로 세계 물류·공급망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급격한 도시화는 도로·철도·항만·전력·통신 등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를 촉발하고 미개발 광물이 많아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의 핵심 광물 생산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7000만 명이 넘는 인터넷 이용자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핀테크, 디지털 서비스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 기대하는 역할은

▷도로·철도·항만·공항을 하나로 묶어 물류비를 낮추고 공급망 효율을 높이는 루손 경제회랑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남부 칼라바르손에 일본 제조업이 집적했듯, 루손 경제회랑에는 한국 기업이 더 많이 들어오길 기대한다. 한국은 첨단 기술, 전력과 교통, 디지털 기반시설에서 강한 리더십이 있다. 필리핀이 혁신 중심의 제조·서비스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한국은 핵심 파트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 경영자(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경주 한주형 기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 경영자(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경주 한주형 기자]


-세계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제조·정보기술 허브’ 전략은 무엇인가

▷필리핀 통상산업부와 투자위원회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친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밸류체인을 기준으로 설계–소재·부품–조립–물류 전 과정을 하나로 잇고, 현지 기업의 기술·인력·품질 역량을 높여 필리핀을 신뢰할 수 있는 ‘다변화 대체 공급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FTA 체결로 한국 기업들의 필리핀 시장 접근성이 높아지면 궁극적으로 현지 생산 기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전기차 제조, 핵심 광물 가공, 보건, 생명과학 등에서 협력 의지가 강하다.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의 구체적 협력 구상은

▷가장 먼저 자동차·전기차 부품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아시아 전기차 산업의 핵심 권역에 있다. FAT 체결로 부품 생산과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22년 4월 15일 시행된 전기차 산업 발전법에 따라 세제·투자 인센티브와 산업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표준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기술 지원·인력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전자 부문의 경우 삼성전기 등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 현지에 이미 있다. 이 분야 성장을 위해 대통령 행정명령 제31호를 발령, 반도체·전자 산업 자문위원회와 실무작업반을 가동하고 있다. 2033년까지 공학·기술 인력 12만8000명을 양성해 산업 영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은 어떻게 추진하나

▷필리핀은 니켈 매장량 세계 6위, 코발트 세계 4위다. 지금은 원광(가공하지 않은 광물) 수출 비중이 높지만 역내 가공·소재화로 전환 중이다. 광물 매장지 800만 헥타르 중 채굴이 허가된 면적은 9%에 그치고, 2025년 6월 기준 가동 중인 금속광산은 60곳(니켈 38·금 11·철 4·크롬철석 4·구리 3)이다. 니켈 제련소 2곳, 구리 제련소 1곳(유지관리 상태), 금 제련소 4곳이 있다. 신규 광물협정 모라토리엄 해제, 노천채굴 금지 해제, 광업 세제 합리화 같은 제도 개편으로 가공산업과 관련 부가가치를 키울 생각이다.

-인공지능(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나

▷국가 AI 전략 로드맵에 따라 스마트 농업부터 제조업 현대화까지 전 부문에 AI를 도입한다. 대기업 공장뿐 아니라 영세 농가까지 생산성과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필리핀 정부는 전자정부 애플리케이션(eGov PH)과 디지털 기반시설을 빠르게 확산해 신속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마르코스 대통령

1957년 마닐라에서 태어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페르디난드 에드랄린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일로코스노르테 지역 기반의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23세에 일로코스노르테 부지사로 정계에 입문해 주지사, 하원·상원의원을 거쳤고 2022년 대선에서 압승해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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