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근 생산업체들은 최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구조조정 펀드 조성을 요청했다. 철근업계가 제안한 내용은 정부가 펀드를 조성한 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설비 경쟁력 우위 업체에 인수자금을 지원해 중하위 업체의 노후 설비를 인수·폐쇄하고 잉여인력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펀드를 이용해 공급과잉 상태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이른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와 저탄소 구조 전환을 위해 민간 기업의 자율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협의해 구조조정을 주도할 상위 업체를 선정한 뒤 중소업체는 제값을 받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방식"이라며 "상위 업체 역시 중소업체 노후설비 폐쇄로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정상화돼 수익성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철근업계가 이 같은 요구에 나선 것은 건설업계 불황과 공급과잉으로 업계 전체가 생존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극약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 중소 철근업체 관계자는 "문을 닫고 싶어도 헐값에 공장을 팔 수는 없어 억지로 영업을 이어가는 회사가 많다"면서 "정부가 판을 깔아주면 사업 정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근 수요는 798만t으로 2021년(1132만t)에 비해 약 30% 급감한 상태다. 올해 연간 수요 전망치는 720만t 수준이었지만 건설경기 부진 속에 최악의 경우 수요가 역대 최저인 650만t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수요가 국내 생산능력(1200만t)의 50~60%에 불과해 시설 절반은 사실상 놀리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상위 업체는 연이은 셧다운(가동 중단)과 출하 조절로 가격 방어에 나섰지만 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철근업계에서는 노후 설비 정리를 통한 구조조정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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